[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특금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령 마련에 나서게 됐다. 이로써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특금법 통과로 인해 어떤 것들이 바뀌게 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5일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친 법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 바와 같이 특금법은 국회 본회의에서도 큰 이견 없이 통과됐다. 암호화폐 업계 첫 규제 법률인 특금법이 통과됨에 따라 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업비트, 신규 실명확인계좌 열린다… 부실 거래소는 ‘퇴출’

암호화폐 업계는 2018년부터 계속돼 온 ‘실명확인 가상계좌’라는 숙원이 있었다. 2018년 1월 이후 국내 4개 거래소(코빗, 빗썸, 코인원, 업비트)를 제외한 거래소는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발급받지 못했다. 이마저도 업비트는 실명확인 가상계좌가 기존 회원들에 한정 제공돼 신규 회원들은 원화 입금을 통한 거래가 불가능했다.

이외 실명확인 가상계좌가 없는 모든 거래소들은 속칭 ‘벌집계좌’를 통해 거래소를 운영해왔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 선 벌집계좌를 통해 거래소를 운영할 경우, 명확한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워 자금세탁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보이스피싱 등에 취약하고 해킹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특별한 가이드라인 없어, 거래소가 난립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수많은 부실거래소가 생기고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금법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특금법은 신고가 거부될 수 있는 사항에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을 획득하지 못한 자’,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통해 금융거래 등을 하지 않는 자’ 라고 명시하고 있다. 원안대로라면 업비트는 실명확인계좌를 신규회원을 대상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되지만,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모든 거래소들은 신고가 거부당하고 문을 닫아야 한다.

다만 특금법 개정안은 합의 결과, ISMS에 대해 직권말소는 6개월의 유예를 두고 실명확인 가상계좌의 경우 시행령을 통해 요건을 완화하기로 정해졌다. 최소한의 보안 장치인 ISMS도 없이 운영되고 실명확인가상계좌 발급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실 거래소들에겐 사실상 사형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이는 특금법이 투자자 보호에도 큰 목적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부실 거래소 및 거래소 사기 행위를 통한 투자자 피해가 엄청난 상황이다. 이용재 넥스트머니 & 넥스트파이낸스 작가는 “가상자산 비즈니스가 투자자들의 부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정부와 관련 부처는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관건은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정부가 사업의 성격, 혁신성, 필요성을 객과적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업계는 앞으로 만들어질 ‘시행령’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금법 개정안에 가상계좌가 포함된 만큼, 발급은 건전한 거래소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개정법이 가상계좌를 요구 조건으로 내건 이상, 발급 기준을 명시하고 해당 요건을 충족하면 은행에서 반드시 가상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시행령이 제대로 규정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불합리한 입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도 시행령에 실명확인 가상계좌 요건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이 정당한 사업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요건을 모두 갖췄는데도 불합리하게 신고가 거부당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될것”이라면서 “가장 민감한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암호화폐 과세, 근거 마련된다

특금법은 지난해 6월 발표한 FATF의 권고안을 이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다. 올 6월 권고안 시행 평가를 앞두고 있어 조속한 통과가 필요했다. 이 밖에도 특금법 통과로 암호화폐 과세를 위한 근거가 마련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를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암호화폐 과세 정책 수립을 위한 정책 심포지움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으며, 암호화폐 과세를 총괄할 주무부서로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가 지정되기도 했다.

그간 암호화폐에 대한 세금은 전혀 매겨지지 않았다. 기업들의 경우, 법인세 등을 납부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렸을 때 어떠한 세금도 책정되지 않았다. 세금 정책이 정해지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가 난립하고 운영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금법은 FATF의 권고안을 이행하고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정확한 거래 내역 등을 알수 있게 하는 안을 포함한다. 따라서 거래에 따라 발생하는 정확한 세금 부과가 가능하다. 김재진 한국블록체인협회 국장은 “특금법이 정확한 거래 내역 등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만큼 명확한 과세를 위해 특금법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특금법을 통한 세금문제가 해결될 경우, 제도권 금융 자산이 암호화폐 업계로 들어올 수 있는 틀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용재 작가는 “과세 문제만 해결돼도 기관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막는 장벽 하나를 허무는 셈”이라면서 “금융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 합법적인 과세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업계 최대 바람… “블록체인과 관련한 명확한 규제 늘어나길”

업계는 무엇보다 특금법을 통해 다양한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법률이 생겨나길 기대하고 있다. 특금법을 통해 암호화폐 업계가 제도권으로 편입된 만큼 관련 산업에 더 많은 법률이 생겨날 것이라는 기대다.

블록체인 업계는 지속적으로 정부에 대해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할 수 있는 규제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명확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져만 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왓챠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콘텐츠프로토콜(CPT)의 경우 사업 불확실성을 이유로 최근 사업을 종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규제가 없는 점”이라면서 “이 때문에 해외 법인을 세우고 프로젝트를 운영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는데, 한국 기업인 만큼 명확한 규제를 통해 국내에서 사업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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