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신산업 육성을 위해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주는 규제 샌드박스가 정작 블록체인 스타트업에겐 ‘딴 나라 이야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9월 정보통신융합법‧산업융합촉진법‧지역특구법을 시작으로 금융혁신법까지 총 4개의 규제 샌드박스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ICT융합(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융합(산업통상자원부), 지역혁신산업(중소벤처기업부), 금융신산업(금융위원회) 등 분야별 주관부처 책임 하에 새로운 사업 모델의 테스트 및 사업화를 지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정부 눈치 보기’로 블록체인 업체들의 규제 샌드박스 참여율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며, 그나마 신청한 업체도 승인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시작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ICT 규제샌드박스 1차 심의서 블록체인 업체 ‘모인’ 제외
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블록체인 스타트업 ‘모인’의 서비스 안이 결국 규제특례심의위원회 1차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모인은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를 준비 중인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모인은 해외송금 서비스도 ‘소액해외송금업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허가와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송금 서비스도 소액 해외송금 업자로 등록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기재부)와 법무부의 우려가 작용했다. 암호화폐 시장의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모인의 해외송금 블록체인 플랫폼은 리플과 스텔라의 솔루션 기반이다. 정부는 모인의 서비스 안을 승인할 경우 리플이나 스텔라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모인은 ‘투기 조장’이라는 정부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모인 관계자는 “작은 송금회사로 인해 시장이 움직이고 투기가 발생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얘기”라며 “과거 국내 시중은행들이 리플과 협업한다는 발표를 한 바 있는데, 그렇다면 당시에도 정부는 협업 금지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ICO 프로젝트가 아닌 기술만 이용하는 서비스를 왜 금지시키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기재부의 거리두기도 작용했다는 시각이 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기재부는 블록체인을 활용하지 말고 기존 은행망을 통해 해외송금 속도 등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입장”이라며 “블록체인을 기술 혁신의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재부는 암호화폐가 도입될 경우 외환관리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입장인데 납득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번 1차 심의에서 제외된 사실에 대해 서일석 모인 대표는 “과기부, 중기부 등은 적극적인 자세로 기술 육성을 돕는데 일부 부처의 반대로 블록체인 산업 발전이 뒤쳐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정부지원 사업 중 불록체인 관련 항목이 많으나, 막상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것은 막아두고 있는 형국”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모인은 2차 사전 검토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이달 14일부터 규제 샌드박스 허용에 대해 2차 심의위원회가 진행된다. 서 대표는 “이번 ICT 규제 샌드박스 통과를 통해 그간 막혀있던 규제 울타리를 벗어나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상용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 규제 샌드박스 ‘대형 금융사’ 손 들어줄 가능성 높다
금융 분야 규제 샌드박스에서는 블록체인 얘기 자체가 조용하다. 더구나 금융 규제샌드박스 서비스 신청안을 제출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단 한 곳뿐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금융 회사 및 핀테크 기업 포함 총 88개 회사가 105개 서비스를 금융위 규제샌드박스에 사전 신청했다. 이 중 3개 서비스는 블록체인 서비스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2개 서비스는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제출한 것이며, 1개 서비스만이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알려졌다.
대형 은행들은 계열사 간 고객정보 관리 등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하고자 한다. 즉, 이들은 한정된 사람들만 사용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운영 주체가 명확하고 법이나 규제를 적용하기 수월해 정부가 이들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NH농협은행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고객 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예를 들어 계열사간 개인 정보는 별도로 관리하고, 가입 및 계약 해지 등에 대한 정보는 블록체인으로 기록해 삭제가 안되도록 하고자 한다”며 “전자금융거래법과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때문에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에서도 블록체인 서비스로 샌드박스에 신청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블록체인 서비스로 신청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는 신한금융지주 또한 ‘데이터’ 측면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협력해 신한 계열사간 인증 데이터를 통합하는 데 블록체인을 활용한 바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재 모든 금융 쪽이 코인과 관련된 사업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이번 샌드박스 신청도 결국 데이터 교환 관련 서비스일 것”이라고 밝혔다.
즉, 대형 금융사들은 금융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적재적소에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전자금융거래법’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참여로 일반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샌드박스 승인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크립토펀드 업체 관계자는 “분류된 서비스 가운데 블록체인 분야가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 일 것으로 보인다”며 “더구나 굴지의 기업들이 타 분야의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부분적으로 접목하고 있어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승인받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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