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가영 기자] 블록체인 프로젝트 개발자가 부족하다는 점을 이용해 몸값 불리기를 하는 개발자들로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프로젝트 상용화가 더뎌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즈니스 모델 구현과 상관없이 코인만 찍어내면 된다는 분위기와도 맞아떨어진다.

천정부지로 솟는 연봉, 감당하기 어려운 스타트업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인정보업체인 하이어드(Hired)에 따르면 작년 말 이후 블록체인 기술자 채용 공고가 400% 늘었다. 인력 품귀현상으로 개발자 몸값도 치솟았다.

하이어드에 따르면 암호화폐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기준 블록체인 기술자들의 평균 연봉은 15만~17만5,000달러(약 1억6,975만~1억9,805만원)에 육박했다. 일반 소프트웨어 기술자 평균 연봉 13만5,000달러(약 1억5,274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블록체인 업체는 대부분 스타트업이므로 이러한 연봉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한 업체 관계자는 “실력 있는 개발자를 데려가려는 경쟁이 심한데, 결국은 연봉 싸움이 된다”며 “업체로서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적은 수의 개발자가 오랜 시간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능력 부풀리거나, 역할 과장하거나

제대로 된 개발자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보니 경력을 부풀리거나 능력을 과장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이름만 걸었던 프로젝트를 자신이 주도했다고 속이거나 참여 프로젝트 개수를 속이는 식이다. 입문 수준이면서 마치 기술에 정통한 것처럼 과장하는 경우도 있다.

크립터스 이승재 이사는 “이더리움 개발 언어인 솔리디티(Solidity)를 배운지 1년도 안 되는데 선임 연구원 직책을 달고 이직을 한 경우도 봤다”고 털어놨다. 그는 “블록체인 시장이 뜬지 얼마 안 됐는데 1년 새에 3~4개 프로젝트에 참가했다거나, 본인이 주요 개발을 맡은 프로젝트의 ICO가 완판됐다고 과장해 몸값을 불린다”고 설명했다.

헥슬란트 노진우 대표는 “ICO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개발자의 실제 역량을 잘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력서 평가와 면접만으로 채용하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 모델 구현 늦어져…산업에 치명타

기술부족과 경력 부풀리기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비즈니스 모델 구현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인을 발행할 줄만 알지 상용화 프로세스가 없어 전체 산업 자체를 침체시킨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ICO를 마쳤는데도 프로젝트를 구현하지 못하는 업체가 대부분인 점도 이를 잘 나타낸다.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이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2017년 한 해 동안 ICO를 시작한 스타트업 141개를 조사한 결과 11%만이 프로토타입을 공개했고, 실제 작동되는 제품은 5%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프로토타입은 상품 성능을 검증과 개선을 위해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이다. 또한, 올해 ICO에 나선 프로젝트도 아이디어에 불과한 경우가 71%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이 블록체인 개발자의 기술력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블록체인을 연구하는 교수는 “블록체인이 상용화되고 기술력이 증명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 번쯤 짚어봐야 한다”며 “좋은 프로젝트는 좋은 개발자에게서 나온다. 사방에 빌 게이츠를 자칭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전체 디자인을 기획할 수 있는 개발자는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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