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눈덩이 부채는 신흥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치솟자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기업 레버리지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두 자릿수의 이익 증가와 법인세 인하에 따른 반사이익을 부채 축소보다 자사주 매입과 그 밖에 주주환원에 베팅한 기업들이 금리 상승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아메리카가 10년 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주택시장의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사태를 재연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뉴욕증시가 금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 같은 우려가 깔린 움직임이라는 주장이다.

5일(현지시각) TS롬바드에 따르면 미국 투자 등급 기업의 부채 규모는 6조3000억달러로 불어났다.

10년 전 2조5000억달러에서 두 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비금융 부문 미국 전체 기업의 총 부채는 9조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기업의 과도한 레버리지는 소득 및 주택 가치를 웃도는 무분별한 대출로 미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았던 서브프라임 사태와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시가총액 대비 부채 비율은 23%를 하회, 2008년 5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주가 밸류에이션 부담과 금리 상승에 따른 증시 하락 가능성을 감안할 때 신뢰하기 어려운 수치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과거 주택 버블 당시에도 같은 논리가 동원됐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TS 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장기 저금리 이외에 주가 상승 역시 기업들의 레버리지를 부추겼다”며 “기업의 이익과 현금흐름이 아닌 시가총액을 근간으로 부채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은 소득 수준이 아닌 집값을 기준으로 모기지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이나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이 탄탄한 이익 성장을 기록했고, 법인세 인하에 따른 이익 증가 효과도 얻었지만 대부분 자금을 주주환원에 쏟았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지난해에 비해 44% 늘어날 전망이다. 수치는 내년에도 22 % 뛸 것으로 예상된다.

2019부터 2021년까지 매년 만기 도래하는 기업 채무는 올해 물량의 세 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리가 상승 추이를 지속하는 한편 변동성이 함께 뛸 경우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퍼시픽 라이프 펀드 어드바이저스의 맥스 고크만 자산 배분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레버리지가 사상 최고치에 이른다”며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기업의 회사채 차환 발행이 막히는 한편 기존의 레버리지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리안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금리 상승 속도와 변동성이 불확실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추가 상승했다. 9월 고용 지표가 시장 예상치에 미달해지만 시간당 평균임금이 연율 기준으로 2.8% 상승,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부추겼다.

이에 따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3bp(1bp=0.01%) 상승한 3.223%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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