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월가 투자은행들과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악어새와 악어 같은 관계입니다. 겉으로는 SEC가 월가를 못살게 구는 것 같지만, 미국과 미국 금융시장의 이익이 뭔지 보면서 상호공생하는 사이죠.

개리 겐슬러 위원장을 월가 인사들이 싫어하지만 따지고 보면 겐슬러가 돈을 못벌게 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과 이런 면에서 약간 다릅니다.

비트코인 ETF는 월가 역사에서도 몇 안 되는 성공작입니다. 블랙록은 두 달 사이 60억 달러가 넘는 돈을 모았습니다. 1월 11일 첫 거래 당시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IBIT)에 투자한 고객은 29% 평가차익을 기록 중입니다. 같은 기간 나스닥100 ETF(QQQ)는 6% 올랐습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합니다. 투자자, 블랙록, 증권사, 마켓메이커. SEC는 어떨까요? 속내가 복잡합니다.

# 차세대 암호화폐 ETF 줄줄이 승인 대기중

그레이스케일을 포함한 12개 자산 관리 회사는 다음 먹거리, 차세대 암호화폐 ETF를 만들고 있습니다. 무려 25개가 승인 신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활용한 복잡한 상품도 있습니다. 이른바 레버리지 ETF 입니다. 비트코인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ETF, 과 비트코인 가격의 2 배, 3 배를 따라가는 ETF 등등.

기본 상품(플레인 바닐라) 비트코인 ETF가 성공을 했으니, 양념을 치고, 변화를 준 ETF들을 내놓는 것이죠. 암호화폐는 이제 주류 금융 시장으로 더 깊게 들어오려고 합니다.

SEC는 바로 그걸 걱정합니다. 지난 1월 ETF를 승인하면서 “비트코인을 승인한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에 한해 ETF를 승인한 것이다” 라고 별도 성명을 낼 정도니까요.

차세대 ETF를 허용할 수도, 허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 이더리움 ETF

당장 코앞에 닥친 문제는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입니다. 반에크가 신청한 이더리움 ETF는 5월 23일까지 답을 줘야 합니다.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 신탁을 ETF로 전환하는 것도 6월 18일까지는 결정을 내야 합니다. 그레이스케일이 또 소송을 낼 수 있으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로이터 통신은 3월부터 SEC가 이더리움 ETF 운용사들과 회의를 시작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회의를 한다고 승인이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SEC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월가에 곧 전파되겠죠.

SEC는 이더리움의 법적 지위, 증권이냐, 상품이냐 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더리움 스테이킹은 서비스 제공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미등록 증권 판매로 소송까지 낸 상태입니다.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하면, 레버리지 ETF는 물론 다른 암호화폐를 대상으로 한 ETF도 막을 명분이 약해집니다.

# SEC, 최대한 시간 끌 것

예샤 야다브(Yeesha Yadav) 밴더빌트 대학의 디지털 자산 규제 전문 교수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SEC가 새로운 상품들을 승인하는 데 서두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시간 끌기는 SEC의 특기입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무려 10년을 끌었죠.

제임스 엔젤(James Angel) 조지타운 대학의 재무학 부교수는 “SEC가 신청서를 완전히 거부하기보다는 소송을 당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모든 세부 사항이나 변명거리를 찾아 승인 절차를 지연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법무법인 디킨슨 라이트의 프랭크 보거 길리건(Frank Borger Gilligan) 변호사는 “SEC는 이더리움을 전통적인 증권과 유사한 구조를 가질 수 있다고 의심한다. SEC는 새로운 상품이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갖추었는지 확신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악어새의 역할은 악어를 편안하게 해주는 겁니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SEC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알면 어떻게든 해법을 내놓을 겁니다.

# 크립토 코리아 : 한국의 금융당국은?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앞으로 어떻게 나올까요? SEC는 악어새의 도움을 받아 명분을 지키고, 월가는 암호화폐 관련 신상품으로 큰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악어도 좋고, 억어새도 좋습니다.

이걸 한국에 허용하자니 걱정이고, 허용하지 않자니 대원군 쇄국정책 소리를 듣습니다. 선제적으로 치고 나갈 수 없다면 눈치보면서 따라가는 것도 전략입니다. 홍콩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정글에는 악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악한 뱀도 있습니다. 크립토 코리아 캠페인은 실리를 챙기자는 운동입니다. 금융당국 욕하는 캠페인이 아닙니다. 이렇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으니, 명분을 세워 시장을 열자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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