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지난해 경상수지가 연간 354억9000만 달러 흑자를 보이면서 한은 전망치 300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수출 호조와 유가 하락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다.

12월 경상수지는 74억1000만 달러 흑자로 8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고, 상품수지는 2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IT 수출 회복세가 뚜렷해지며 올해 경상수지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7일 발표한 ‘2023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74억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8개월 연속 흑자로 전월(38억9000만 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3월 흑자(1억6000만 달러) 기록한 후 4월 다시 적자(-7억9000만 달러)로 돌아섰다가 5월(19억30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선 후 11월(38억9000만 달러)까지 플러스를 기록했다

◆상품수지 27개월 만에 최고…반도체·승용차 수출 호조

상품수지는 80억4000만 달러로 9개월 연속 흑자를 보였다. 전월보다 12억6000만 달러 확대된 것으로 2021년 9월(95억4000만 달러)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9월까지 보였던 불황형 흑자에서도 완연히 벗어나는 모습이다.

수출은 590억 달러로 전년대비 5.8% 증가해 3개월 연속 올랐다. 2022년 7월(597억5000만 달러) 이후 최고치다. 통관기준으로 승용차(19.2% )와 반도체(19.1%)가 호조를 보였다.

지역별로 전기차 수요 둔화에 EU(-20.0%) 수출이 크게 줄었고, 중국(-3.0%)도 주춤했다. 반면 미국(20.7%)과 동남아(15.4%) 수출은 증가세를 보였다. 연간기준으로 미국은 5.4% 늘었고, 중국은 19.9% 감소했다.

수입은 509억7000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9.3% 감소해 10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통관기준으로 원자재(-14.0%) 감소세가 이어진 가운데 자본재(-7.9%)와 소비재(-5.8%)도 줄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1월과 12월 반도체 수출이 늘었고, 가격 회복도 뚜렷해지며 개선됐다”면서 “지정학적 불안 때문에 불안했던 에너지 수입도 상당히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며 상품수지가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 수출국이던 중국은 미·중 무역 갈등과 공급망 재편에 수출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추세적으로 미국과 베트남 수출 비중이 커지고, 중국 비중은 낮아지며 수출국 지위 변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여행객 감소 ‘타격’…배당소득에 본원소득수지 흑자 전환

서비스수지는 25억4000만 달러 적자로 2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11월(-22억1000만 달러)에 비해서도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일본인 방한관광객 감소로에 따라 여행수입이 줄어든 데 기인한다.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2억5000만 달러 줄어들며 적자 전환했다. 국내기업이 해외자회사로부터 수취한 특허권 사용료 수입이 감소하면서다.

본원소득수지는 24억6000만 달러로 1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다. 배당수입(22억5000만 달러)가 크게 확대됐지만, 이자소득은 3억8000만 달러로 흑자 폭이 축소됐다. 이전소득수지는 5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신 국장은 “여행수지는 일본 입국자수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라면서 “중국 관광객은 여러가지 중국 내부 요인과 개인 관광 활성화, 국내 준비 상황 등에 예전처럼 대규모로 소비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평가된다”고 했다.

◆연간 기준 전망치 상회…”IT 수출 본격화”

지난해 연간으로 보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354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의 연간 전망치(3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1년 전(258억 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상품수지는 340억9000만 달러로 1년 전(156억2000만 달러)보다 2배 이상 증가했고, 본원소득수지는 316억1000만 달러로 전년(203억5000만 달러)보다 올랐다.

다만, 서비스수지는 2022년 72억5000만 달러 적자에서 256억6000만 달러로 적자로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경상수지가 예상치를 큰 폭으로 상회한 이유에 대해 신 국장은 “지정학적 불안에 불확실했던 에너지 가격이 11월 수정경제전망 발표 이후 상당히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며 상품수지가 전망보다 크게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개선세가 뚜렷해지면서 경상수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예상했다. 한은의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는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30억 달러, 360억 달러로 연간 490억 달러다. 신 국장은 “올해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개선되며 지난해보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출이 개선세에 들어갔고, 수입도 낮아지는 기조가 뚜렷하다”면서 “경상수지 자체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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