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우연수 기자] 미술품 이어 송아지에 투자하는 제도권 조각투자 상품이 나온다. 50마리의 송아지가 다 자라 경매에 팔릴 때까지 20여개월 간 투자해 매각 차익을 얻는 투자상품이다.

미술품과 비교하자면 소 가격 산정의 틀이 비교적 정형화돼있어 투자자들에게 뻥튀기에 넘길 우려가 적고, 만기가 2년 남짓으로 길지 않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경기에 따른 소 가격 하락, 재해·전염병 등 사고로 인한 폐사 리스크 등은 투자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소 50마리에 공동투자, 어떤 상품?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뱅카우’ 플랫폼으로 알려진 한우 조각투자 업체 스탁키퍼는 지난달 29일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50마리의 송아지를 매입해 한우 경매 시장에 넘겨질 때까지 20~26개월 간 투자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자들을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공모하는 증권은 총 두가지로 1-1호는 4억2600만원을, 1-2호는 4억3420만원을 모집한다. 최소 모집가액은 2만원이며 시차를 두고 각각 청약을 진행한다.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1-1호에는 기초자산인 송아지 50마리 취득에 1억8000여만원을 포함해 ▲사료비(2억여원) ▲사육관리비(3385만원) ▲발행제비용(1819만원) 등이 포함돼있다. 1-2호 구성도 비슷하다. 소는 공동사업 참여자인 농가에서 위탁사육하게 된다.

송아지 50마리 각 개체의 이력번호와 매입가, 잠재 성장성을 알 수 있는 유전 정보 등은 증권신고서와 한국종축개량협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공동사업 수행에 따른 회사의 운영 수수료는 1.0%며, 매각 수수료는 투자 수익률 13%를 초과 달성하는 경우에만 취득할 예정이다. 청약 미달분은 회사가 떠안게 된다.

◆소로 돈 벌 수 있을까?

공동사업 수익성은 기초자산인 송아지의 유전 정보, 사육 환경, 처분 가격 등에 따라 변동하게 된다.

특히 한우 시장 경기가 관건이다. 과거 스탁키퍼가 운영한 한우 공동구매 사업 이력을 보면 매각 시점 한우 시장의 경기에 따라 수익률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1월 매각한 소는 569일 간의 사업 기간 중 24.0%의 수익률을 냈지만, 이후 3~7월 매각 건에서는 5~7%대 수익률에 그쳤다. 9월 매각한 95마리 소의 수익률은 0.2%에 불과했다.

폐사 위험도 있다. 국내 한우 생애주기간 폐사율은 2022년 기준 약 2.2%다. 5개월 이상 송아지가 폐사될 확률은 1.1%다.

스탁키퍼는 6개월 이상된 송아지를 매입해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어, 투자계약증권의 한우 폐사율은 1.1%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스탁키퍼는 기존에 한마리에 대해 공동투자해오던 것과 달리 이번 투자계약증권에선 50마리를 묶어 금융상품화했다. 한마리에 투자하면 리스크가 크지만, 50마리에 공동투자함으로서 리스크를 줄인 것이다.

또 사업자 과실에 따른 폐사에 대비해 회사는 전체 발행규모의 1.5% 금액을 투자자보호기금으로 설정해두고 있다. 사업자 과실이 아닌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폐사에도 일부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기초자산 매입금액의 50%를 투자자 보호기금으로 충당해 지급예정 사료비 및 사육관리비의 미사용 금액을 투자자에게 환급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예정이다.

안재현 스탁키퍼 대표는 “과거 공동투자를 소 한마리씩 진행했을 때 많게는 55%의 수익이 난 적도, 마이너스 10%대 수익률이 난 적도 있다”며 “투자계약증권으로 발행하면서 소 여러마리를 묶을 있게 돼 안정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투자 매력 포인트는

시장 상황에 따른 변동은 있지만, 한우는 매매 가격이 등급, 지육 중량 등 숫자에 따라 정해져 가격 매커니즘이 단순하다는 특징이 있다. 금융당국이 투자계약증권 기초자산의 요건 중 가장 까다롭게 보는 부분 중 하나가 ‘투명한 가격 산정’인데, 그 부분에선 높은 점수를 받고 들어갈 수 있는 기초자산인 셈이다.

언제 팔릴지 모르는 미술품과 달리 엑시트 기한이 3년을 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스탁키퍼는 6~12개월된 소를 매입하고 있고 소의 생애주기상 투자 기간이 26개월을 넘지 않을 것이란 게 회사의 설명이다.

한우는 매년 약 90만두 거래되는 소비재 품목인 만큼 거래 유동성이 높고 한우 수요 증가로 인해 매년 거래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또 한우의 국내 평균 경매가격은 물가상승률과 수요·공급에 의해 장기 우상향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다만 투자계약증권 특성상 유통시장이 따로 없기 때문에 미술품 조각투자와 마찬가지로 기초자산 매각 전까진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공모주와 달리 주식 시장에 상장되지 않기 때문에 청약 후 바로 매도는 불가능하다.

증권신고서가 금감원 승인을 받으면 투자자들은 NH농협은행 전용계좌를 통해 이르면 이달 말부터 청약할 수 있게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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