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구동완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 이어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암호화폐 전문 시그니처은행에서 하루 13조원 넘는 예금이 대규모 인출(뱅크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그니처은행의 자산은 1013억달러로 지금까지 미국에서 폐쇄된 은행 중 2008년 워싱턴 뮤추얼과 이번 SVB에 이어 세번째로 큰 규모다.

시그니처 은행 이사인 바니 프랭크 전 하원 금융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CNBC 방송 인터뷰에서 “금요일 늦게까지 아무런 문제 징후가 없었는데, 이는 순전히 SVB로부터 전염된 것”이라며 이날 하루 만에 10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VB 사태로 인한 우려가 확산하며 벤처 캐피탈 투자자나 창업자 등 주요 고객들이 예금을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같은 대형은행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시그니처은행은 대형 시중 은행과 비교해 ‘기업 친화적인’ 대안은행으로써 지난 2001년 뉴욕주에 설립됐다.

이 은행은 서부 해안 도시로 확장한 이후 2018년 암호화폐 업계에 진출해 최근 몇 년 동안 규모를 키웠다. 암호화폐 고객을 위한 연중무휴 결제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디지털 자산 관련 고객으로부터 165억 달러(약 21조5000억원)의 예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암호화폐 자산과 기술 스타트업에 많은 거품이 끼었고, 가상화폐 전문 은행 실버게이트까지 지난 9일 자체 청산에 들어가자 뱅크런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시그니처은행 경영진들은 추가 자본을 확보하고 잠재적 인수자를 탐색하는 등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모색했고, 주말 들어 예금 이탈(exodus)이 둔화되면서 상황이 안정됐다고 프랭크 이사가 말했다.

그러나 시그니처은행의 최고 경영진들이 전격 해임됐고, 은행은 폐쇄됐다. 뉴욕주의 규제당국 금융서비스부(DFS)는 이날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시그니처 은행이 지난해 말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40개 지점을 운영하며 1013억6000만달러(약 132조4000억원)의 자산과 885억9000만달러(약 115조7200억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금융규제 개혁법안인 ‘도트-프랭크 법’ 발의한 것으로 알려진 프랭크 이사는 금융 당국의 은행 압류 조치에 대해 “객관적인 이유가 없다”며 반발했다.

그는 “(이번 뱅크런은)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의 확산에 대해 (거품이 크다는 이유로) 매우 강력한 반대 매시지를 보내길 원했기 때문”이라며 “펀더멘털을 고려했을 때 지급 불능 가능성이 없었음에도 우리는 마루타가 됐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ongw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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