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바이든 자본이득세 인상 추진 소식에 일제히 하락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22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유층을 대상으로 자본이득세율을 두 배로 인상할 것이라는 보도는 이날 주식시장을 압박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21.41포인트(0.94%) 내린 3만3815.90에 마감했고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8.44포인트(0.92%) 하락한 4134.98로 집계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31.81포인트(0.94%) 내린 1만3818.41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부유층을 대상으로 자본 이익 세율을 최고 39.6%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투자 소득에 대해 적용되고 있는 누진 소득세를 감안하면 부유층에 대한 과세율은 43.4%에 달하게 된다.

통신은 이러한 세제개혁이 통과되면 소득 100만 달러 이상 미국인에게 적용되는 자본이득세율이 현재 20%에서 39.6%로 오르게 된다고 전했다.

크레셋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잭 애블린 창업 파트너는 CNBC와 인터뷰에서 “바이든의 제안은 100만 달러 이상 버는 사람들의 자본이득세율을 두 배로 인상하는 것”이라면서 “이것은 장기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비용 증가로 투자자들이 내년 이러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생각하면 주식을 매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기업들의 호실적 속에서 주가 하락은 제한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세율 인상이 의회에서 좌절되거나 타협될 것이라는 기대 역시 추가 주가 하락을 막았다.

통신사 AT&T의 주가는 1분기 호조를 보인 실적 이후 4.15% 상승했다.

개인 신용정보 회사 에퀴팩스의 주가는 실적 호조 및 가이던스 상향 조정으로 14.84% 뛰었다.

항공사 아메리칸 항공은 현금 소진이 감소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하다가 4.47% 하락 마감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 역시 손실이 시장 기대를 밑돌았지만 1.61% 내렸다.

대다수 전문가는 기업 실적의 호조 속에서도 높은 밸류에이션이 계속해서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세율 인상 추진이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도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너스톤 웰스의 클리프 호지 수석 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통신에 “오늘 아침 항공사들이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했지만 이처럼 높은 밸류에이션 수준에서 시장은 부정적인 바이러스 관련 소식으로부터 불안함을 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지 CIO는 “기업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는 시즌으로 돌입하면서 투자자들은 이미 그러지 않았다면 위험 자산을 일부 축소하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클레이스의 마니시 데시팬드 주식 파생 전략 책임자는 보고서에서 “강한 이익 서프라이즈가 계속되겠지만 높은 밸류에이션이 만연해졌고 분위기는 과도하게 낙관적”이라면서 “법인세율 변경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 재개방이라는 테마로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시점도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다.

리걸 앤 제너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크리스토퍼 제프리 이자율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투자자들이 재개방이라는 각본의 수확하기 시작하는 데는 커다란 뉴스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장은 그것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 곳에서 의문을 품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인티원의 제이슨 보버라 신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WSJ에 전반적으로 시장이 몇 달간 횡보하거나 내림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현재 시장을 과매수 상태라고 분석했다.

경제 지표는 혼조 됐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54만7000건으로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달 기존주택 판매는 7개월간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발표한 3월 기존주택 판매는 연간 환산 기준 619만 건으로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기존주택 판매 감소에는 극도로 부족한 매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8.17% 상승한 18.93을 기록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