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모든 마진 거래를 종료한다. 이번 조치에 대해 코인베이스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새로운 지침에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올 들어 미 당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고삐를 죄면서 적잖은 거래소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앞서 비트멕스는 당국 승인 없이 미국 이용자에게 파생상품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피소됐으며, 바이낸스와 데리빗은 불똥을 피하기 위해 미국인 접속을 제한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코인베이스, 마진 거래 접는다
코인베이스는 블로그를 통해 11월 25일 22시(UTC 기준, 한국 시간은 26일 오전 7시)부터 모든 마진 거래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더 이상 신규 거래나 주문을 할 수 없으며, 기존 포지션은 다음달 만기까지 지속된다. 코인베이스는 2017년 마진 거래를 중단한 뒤 올 2월 재개했으나 9개월 만에 다시 접게 됐다. 코인베이스의 마진 거래는 최대 3배 레버리지를 제공했으며, 코인베이스프로에서 거래 가능했다.개인 투자자는 미국 23개주, 기관 투자자는 43개주에서 거래할 수 있었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새롭게 내놓은 가이드라인인 ‘디지털 자산의 실제 인도에 관한 최종 지침’에 따른 것이다. CFTC는 지침에서 디지털 자산의 실제 인도(actual delivery) 시점을 (1) 이용자가 마진거래, 레버리지 또는 기타 수단을 통해 구매한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통제권을 얻는 때 (2) 거래시 기준으로 28일 이내 디지털 자산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 때라고 확정했다.

디지털 자산의 인도 시점에 관해서는 오래 전부터 논란이 있어왔다. 2016년 CFTC는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가 마진 거래에 묶인 펀드를 인도한 후에도 여전히 개인키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어 실제 양도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비트파이넥스는 7만5000달러 벌금을 물었다. 하지만 법무법인 스텝토앤존슨은 CFTC가 실제 인도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논란이 커졌다. CFTC의 이번 지침은 그에 대한 답변을 제시한 것이다.

암호화폐 미디어 코인데스크는 코인베이스가 “마진 거래 특성상 CFTC 지침을 따르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어려운 작업”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리라 관측했다. 지침이 나오기 전 논의 단계에서도 코인베이스는 CFTC에 이와 비슷한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폴 그레월(Paul Grewal)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책임자는 “미국 이용자 보호를 위해 마진 상품에 대한 명확하고 상식적인 규제는 필요하다”며 “우리는 규제 당국과 이 부분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새로운 세금신고서 발행 계획도 내놔
코인베이스는 마진 거래 종료와 더불어 새로운 세금신고서 1099-MISC 발행 계획도 밝혔다. 코인베이스는 올 한해 ^토큰 보상형 교육 플랫폼 코인베이스 언(Coinbase Earn) ^스테이블코인 USDC 수익 ^스테이킹 이자 등으로 600달러 이상 수익을 거둔 미국 이용자에게 1099-MISC를 송달한다고 전했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세금신고서 1099-K는 한 해 동안 200번 이상 거래를 했거나 거래금액이 2만달러 이상인 이용자에게 발행됐다. 1099-K는 양도소득을 고려하지 않아 손실분이 제대로 반영이 안 돼 세금 부담이 부풀려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외에 코인베이스는 세금신고서 양식을 받지 않은 이용자라 할지라도 올해 암호화폐를 팔았거나 교환했다면 미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규제 강도 높아져… 엑소더스 시작될까
올 들어 미국 당국의 암호화폐 규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적잖은 거래소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급기야 규제를 피하기 위해 미국 사용자의 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거래소도 늘고 있다. 데리빗과 바이낸스는 미국 이용자의 IP주소를 추적해 차단하고 있다.

바이낸스의 경우 계정 생성시 ‘미국인이 아니다’라는 항목만 선택하면 미국 소재 이용자들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었는데 더 이상 이 방법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바이낸스는 미국 이용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90일 이내 자산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바이낸스US나 타 거래소를 이용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미디어 더블록은 바이낸스가 이같이 조치한 이유에 대해 “비트멕스 기소 사건의 여파”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파생상품 거래소 비트멕스는 미등록 파생상품 거래소 운영과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위반 혐의로 미 법무부와 CFTC으로부터 피소됐다. 이 일로 비트멕스 핵심 임원진이 줄줄이 사퇴하는 등 전례없는 위기를 맞은 바 있다.

미국 파생상품 거래소들이 곤경에 처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CFTC가 새 지침을 내놓았고 이에 따라 라이선스를 받은 코인베이스마저 마진 서비스를 접게 된 게 다른 거래소들에게 상당한 심적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지적이다. 투자사 시네아메인 벤처스(Cinneamhain Ventures)의 분석가 애덤 코크란(Adam Cochran)은 25일 트위터에서 “다른 미국 거래소들이 과연 언제 당국의 요구에 따르게 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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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