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강주현 기자] 최근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의 확산 장기화로 큰 타격을 받으면서 세계 각 국은 국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도입을 위한 실험을 앞당기고 있다.

기존 화폐 보다 투명하고 정확한 통화정책이 가능한 CBDC는 세계 각국에서 현재의 화폐 시스템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CBDC 관련 연구와 개발에 속도를 내며 활용방안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페이스북 ‘리브라’ 발표로 CBDC 논의 확산

CBDC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는 지난해 6월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계획 발표를 계기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금융권 서비스, 은행계좌 개설 등의 접근 조차 어려운 금용소외 계층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발행계획 발표 당시, 비자, 마스터카드, 우버 등 28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한다고 밝힌데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20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SNS 기업이란 점에서 리브라 발행소식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페이스북은 추후 자회사를 통해 리브라의 전자지갑 칼리브라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칼리브라는 리브라의 안전한 보관 및 거래 지원 등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페이스북은 송금거래부터 시작해 물품구매 등으로 리브라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면서, 초기에는 참여가 제한된 블록체인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이후 시스템이 안정되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공개형(Public) 블록체인으로 전환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세계 각 국의 규제 당국에서 리브라와 관련한 규제 논의가 확대되면서 리브라는 거대한 난관에 부딪쳤다. 20억명이 넘는 전 세계 이용자를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 기반의 리브라가 상용화되면 기존 화폐의 지위가 무너지고 통화 및 금융정책의 중심이 되는 각 국의 중앙은행과 정부의 역할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 CBDC 발행 위한 연구·
개발 가속화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CBDC 발행 예상 국가로 손꼽히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인민은행은 2014년 CBDC 담당조직을 신설하고 2017년 연구소로 확대 개편해 CBDC 연구를 강화해왔다. 중국의 CBDC는 디지털 위안화(DCEP)라고 한다.

특히 중국은 리브라 발행계획에 맞춰 CBDC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CBDC 관련 기본적인 설계와 표준제정 등을 완료하고 선전, 쑤저우 등, 일부 도시에서 디지털화폐 발행과 이를 통한 지급결제 기능을 테스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1단계 테스트 진행 후 참가 은행, 시범 실시지역 등을 확대해 2단계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 CBDC는 인민은행이 발행하고 국영은행(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등)과 이동통신사(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등)이 공동 운영하는 2단계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CBDC는 위안화와 동일한 법정통화가 되며, 현금과 마찬가지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음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프랑스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유럽 지역에서는 선도적으로 CBDC 관련 개발을 하고 있으며, 올 1분기까지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의 CBDC는 개인 소매결제 부문을 제외한 민간 금융부문만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지난 달 30일 발표한 문서를 통해 CBDC 잠재적 사용자에 대해 CBDC 사업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기업이나 개인별로 최대 10개의 CBDC 관련 앱을 선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프랑스 CBDC는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발표된 문건에서 블록체인 관련 발언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더리움, 리플 등의 암호화폐를 CBDC에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다음으로 CBDC 발행에 적극적인 국가는 바하마이다. 바하마는 2018년 6월 자체 디지털화폐(샌드 달러, Sand Dollar) 발행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프로젝트 협력사를 공식 발표했다. 바하마는 700여개 섬으로 구성된 섬나라로 현금 공급 및 이용이 제약된 상황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디지털 결제수단에 대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화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먼저 시험을 진행한 후 올해 안에 전국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스웨덴은 현금이용 비중이 크게 하락해 2017년부터 디지털화폐 발행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해 하반기 자체 디지털 화폐인 이크로나(e-krona) 시범사업을 위한 협력 사업자를 발표했으며, 올해 안에 이크로나를 이용한 결제프로세스 구축 등,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터키 역시 CBDC 발행을 계획하며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한국, 미국, 일본 등은 단기적으로 CBDC 발행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각국의 중앙은행 별로 CBDC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CBDC의 중요성 점차 부각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행한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올 1월 국제결제은행(BIS)이 CBDC 관련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상당 국가의 중앙은행이 CBDC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중단기적으로 CBDC를 발행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지난 3일(현지시간) 국제결제은행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디지털 화폐 결체 채택을 가속화하고 CBDC 논쟁을 강화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또 국제결제은행은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사태는 은행권에 큰 영향을 미쳤고 대중들은 현금과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대중의 불안과는 다르게 개인과 기업은 앞으로의 지불 결제 수단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지털 화폐 채택은 수백만 명의 고령자나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 사태 이후 현금보다는 온라인, 모바일 등 비대면 옵션 결제 수단을 늘릴 조치를 취할 것이고 CBDC 역시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결제은행은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비대면 접촉 방식으로 CBDC의 접근성을 보편화해야 한다고 결론내리면서 CBDC의 중요도가 높아졌음을 밝혔다.

◈ 한국의 CBDC 개발 현황은

우리나라 한국은행은 페이스북 ‘리브라’의 영향으로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과 암호자산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지난 2월 CBDC 연구를 담당하는 전문조직 ‘디지털화폐 연구팀 및 기술반’을 신설했다. 해당 조직을 중심으로 한은은 앞으로 디지털 화폐와 CBDC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은은 “주요국 중앙은행 CBDC 발행 추진 상황과 리브라 등, 스테이블코인 상용화 여부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면서 국제결제은행 등, 국제사회와의 관련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분산원장기술의 지급 결제 인프라 적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지속할 예정이다. 한은은 현재 진행 중인 증권대금 동시결제를 분산원장기술로 구현하는 모의테스트를 올해 완료하고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시사점을 도출할 계획이다.

한편 한은 관계자는 “조만간 자체적으로 수립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 추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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