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은행권들의 올 상반기 채용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채용 방침이 나오지 않았지만 은행들의 채용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3년전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은행권에선 채용 절차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속속 도입해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한 AI채용이 온전히 자리잡기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향후 직원 채용과정에 AI를 도입하는 세부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날 주주총회에서 3년 연임에 성공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디지털 핵심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각 계열사 사장에게 담당할 기술을 할당했다. 신한금융이 키우기로 한 디지털 핵심기술은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헬스케어 5가지다. AI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맡았다.

앞서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일찌감치 채용과정에 AI를 도입해 활용했다.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하나은행이다. 지난 2018년 직원 채용 면접시 AI를 도입해 면접자의 표정과 대답 등을 분석한 뒤 면접관들의 참고자료로 활용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도입하지 않았다. 채용기준의 모호함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올해 채용과정에도 AI를 도입하지 않을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하반기 공채 진행당시 AI를 도입해 참고자료로 활용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AI 분석 자료를 면접시 지원자들의 장단점과 주요 특징 및 적합한 직군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매년 하반기 채용을 실시하는 KB국민은행은 올해 채용과정에도 AI를 도입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채용과정에 AI를 당장 도입할 계획은 없다. 채용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AI에 대한 검증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NH농협은행도 마찬가지다. 농협은 AI의 효율성을 먼저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농협 관계자는 “현재로선 도입 계획이 없지만 타 은행 동향 등을 살펴보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AI채용은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면접자들은 통과기준이 무엇인지 몰라 혼란스러워한다. 인사담당자들 역시 AI채용은 좀 더 검증이 필요해 자리잡기 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한 인사담당자는 “아직까진 AI가 면접 당락을 결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면접관이 참고할만한 사안으로 AI가 정확하다는 결과물이 나오거나 검증이 돼야 AI도입이 채용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인사담당자는 “2-3년 전만해도 AI 붐이 일면서 채용시 많이 활용했던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서서히 나오면서 AI를 활용하는 기업체들이 서서히 줄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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