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76% 급등하며 금융 인프라 안착, 시총 3000억달러 시대
미 은행권 ‘예금 이탈’ 우려에 이자 규제 압박… 입법 논의도 제동
규제 틈새 노린 JP모건, ‘토큰화 예금’ 앞세워 퍼블릭 블록체인 확장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결제·정산 중심 인프라로서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정책 당국과 시장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은 예금 대체 기능을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업계는 경쟁을 제한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결제 활용이 빠르게 늘면서, 규제 방향에 따라 은행 발행 디지털 자산 등 새로운 수혜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나온다.
19일 디지털자산 시황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3045억달러(약 448조원)로, 지난주 같은 기간(3026억달러) 대비 0.6%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1월 약 2000억달러(약 294조원) 수준에 머물렀던 스테이블코인 시총은 이후 같은 해 10월까지 가파르게 성장하며 3000억달러(약 441조원) 선까지 빠르게 확대됐다.
다만 이후 디지털자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스테이블코인 시총 역시 뚜렷한 방향성 없이 3000억달러 전후에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실제 사용 지표 역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20일 1억7780만건의 거래를 기록했던 스테이블코인은 이번달 12일 기준 3억1280만건으로 늘어나며 약 75.9% 증가했다. 거래 건수 증가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정산·송금 등 실질적인 온체인 금융 인프라로 활용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알렉산더 보드리 메사리 연구원은 “거래량 증가는 디지털자산 생태계 전반에서 이동하거나 정산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 정산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자 지급 둘러싼 미 은행권 압박…입법 논의도 제동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이 결제·정산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미 의회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기능과 규율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시장구조법(Market Structure legislation)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에는 발행 단계에서의 이자 지급 제한을 포함해,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예금과 유사한 성격으로 볼 수 있는지를 가르는 조항들이 담겨 있다.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에 대해 명확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지니어스(GENIUS) 법안에서 발행사에 한정된 이자 지급 금지 조항을 유통 단계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이자나 보상 기능을 갖출 경우 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이탈해 예금 감소와 대출 여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은행협회(ABA)는 지난 5일(현지시각) 미 상원에 보낸 서한에서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나 보상과 같은 유인이 허용될 경우, 고객들이 예금을 은행에서 빼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게 되고 이는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대출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이자 지급 금지 조항이 발행사에만 국한될 경우 계열사나 파트너를 통한 우회가 가능해진다”며 “향후 시장구조법 논의 과정에서 유통 단계까지 포함한 명확한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크립토 업계 공개 역시 공개 반발
은행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법안 초안에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보유할 경우 보상이 불가하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또한 지난 15일로 예정됐던 법안의 마크업(markup) 일정이 연기됐다. 마크업은 의회에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에 앞서 상임위원회가 법안 조항을 하나씩 검토·수정하고 이에 대해 표결하는 공식 절차를 의미한다.
이처럼 은행권의 입김이 거세지자 디지털자산 업계도 공개적으로 반발에 나섰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법안에 여러 우려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은행권 로비가 스테이블코인 보상에 제한을 두려 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현재 은행에 묶여 있는 자금을 두고 경쟁하려는 산업의 경쟁 능력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 회의에서 보상 지급을 사실상 중단시키는 수정안에 대해 상원의원들이 표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안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며 “산업에 보다 우호적인 형태의 법안을 다시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규제 논의 속 JP모건, JPMD 퍼블릭 실험 나서
이 같은 규제 논의가 은행권의 요구대로 정리될 경우 스테이블코인 이자·보상 모델과 직접적으로 경쟁하지 않는 은행 발행 디지털 자산이 상대적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JP모건이다.
JP모건은 은행 예치금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토큰인 JPMD를 활용해 블록체인 결제·정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 준비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일반적인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JPMD는 은행 예금 그 자체를 토큰화한 구조로, 회계·규제상 예금으로 취급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특히 JP모건은 최근 기존 폐쇄형 네트워크에 한정됐던 JPMD의 활용 범위를 퍼블릭 블록체인 환경으로 확대하는 실험에도 나섰다. 이를 통해 JPMD는 JP모건의 자체 인프라를 벗어나, 즉시 상환과 이체가 가능한 결제·정산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포필러스는 “은행을 비롯한 전통 금융기관들은 이제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전환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직면해 있다”며 “변화를 억지로 막기보다는 이를 수용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산업은 기존 금융 플레이어들에게도 충분히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JP모건, BNY멜론 등 주요 은행들도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진입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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