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비트코인 선물 투자를 준비 중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블랙록의 릭 라이더 상무가 17일(현지시간) CNBC 스쿼크박스와에 출연, 블랙록이 최근 비트코인에 관해 검토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그는 현재의 경제 현실에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블랙록은 최근 전통적인 위험 회피 방식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라이더는 이러한 이유에서 사람들이 자산의 일부를 현금으로, 일부를 암호화폐로 보유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 경제 현실 2) 전통적 위험 회피 방식 3) 현금과 암호화폐. 이 세 가지를 찬찬히 짚어보죠. 마지막에는 투자 전략까지.

# 채권시장의 변화
채권시장에서는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채권 만기가 짧은 것부터 30년 이상 긴 채권까지 가로축에 놓고, 세로축에는 해당 금리(수익률)를 둔 그래프입니다. 금리와 수익률은 비슷한 말이에요.

그림처럼 우상향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금리는 위험, 즉 물가 상승 위험을 상당 부분 반영합니다. 만기가 짧은 채권은 금리가 낮고,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가 높죠. 가까운 시점에서는 물가 압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미국의 중앙은행 연준은 매달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이라는 채권을 최소 800억 달러와 400억 달러씩 사들입니다. 돈을 막 찍어서 채권을 삽니다. 채권 금리가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겁니다. 30년 후에 만기가 되는 국채 수익률이 겨우 1.64%에요. 30년 동안 돈을 빌리는 이자가 연 1.64%라는 얘깁니다.

문제는 짧은 채권에서 긴 채권으로 이어지는 그래프가 지난 연말과 현재를 비교하면 상당히 가파르게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만기가 짧은 채권은 연준의 힘에 눌려서 금리가 떨어졌어요. 반면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가 올라갔습니다. 이게 뭘 뜻할까요?

# 장기 인플레 압력 커지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을 일드 커브 스티프닝(steepening)이라고 합니다. 만기가 짧은 채권은 연준의 힘이 눌려 있는데, 장기 채권은 자꾸 금리가 올라요. 그러니까 커브가 가팔라지죠.

“지금은 아닌데, 장차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 같아. 이 위험을 피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반영되면서 장기 채권일수록 금리가 더 빠르게 상승하는 겁니다.

라이더 상무가 말한 지금의 경제 현실 중 가장 위험한 부분입니다. 물가는 가만히 앉아서 내 재산을 갉아먹어요.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타격을 받습니다.

# 부의 저장 수단
이런 경우 물가 영향을 받지 않고 부를 저장해 놓을 창고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금융시장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어쨌든 달러에요. 달러를 마구마구 살포하고 있지만, 그래서 인플레를 더욱 조장하고 있지만, 국제 금융 시장에서 달러는 여전히 힘이 있어요.

금리가 급등하고, 일드커브 스티프닝이 일어나면 달러가 강해집니다. 달러의 가치를 평가하는 DXY 달러 지수는 91을 넘어서 일주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라이더 상무는 앞으로 이런 위험을 회피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잘 먹히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하는 겁니다. 원인이면서 결과인 달러를 어떻게든 더 안전한 무엇인가로 바꾸고 싶다는 거죠.

# 현금과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이 그 대안이 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앞서 얘기한 일드커브 스티프닝 상황이 급격하게 진행되면 일단 눈에 보이는 안전함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요. “이럴 때는 현금이 최고야”가 되는거죠.

주식도 강력한 매도 압력에 직면하게 됩니다. 주식시장의 급락은 일시적으로 다른 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줘요. 작년 초 코로나 팬데믹이 막 터졌을 때 그랬죠. 이때는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도 충격파를 받을 겁니다.

전략. 금리 동향을 체크합니다. 비트코인이 충격파를 받아서 떨어질 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합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지체 없이 그 부분 만큼만 남기고, 시장에서 이탈합니다. 파티에서 떠날 때를 잘 아는 사람이 다음 파티에도 초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