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해임을 거듭 압박하며 뉴욕증시가 급락했지만, 비트코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했다. 시장 전반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비트코인이 1억2000만원 선을 지키면서 ‘디지털 안전자산’으로의 인식 전환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22일 오전 8시30분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BTC)은 전일 대비 2.44%(299만1000원) 상승한 1억2573만원에 거래 중이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2.57% 오른 8만7274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이더리움(ETH)은 0.47% 소폭 하락했고, 엑스알피(XRP)는 0.27% 상승하는 데 그치며 비트코인에 비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는 못했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에서는 약 1억1823만달러(약 1680억원) 규모의 청산이 발생했으며, 이 중 80%는 숏(매도) 포지션이었다. 이는 비트코인 가격이 예상보다 강하게 오르면서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컸음을 의미한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의 청산 규모는 2억7454만달러(약 3902억원)로 나타났다.
이 같은 비트코인의 강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파월 의장을 ‘완전한 패배자’로 지칭하며 “지금이야말로 금리를 인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팬데믹 시기 인플레이션 오판을 거론하며 파월의 정책 대응이 항상 늦었다고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어 “많은 사람이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자신이 취임한 이후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실질적으로 하락했고 대부분 다른 품목들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치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점차 전통 자산보다 비트코인과 금 같은 대체 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흐름이다. 크로노스리서치(Kronos Research)의 빈센트 리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M2 통화량 증가와 달러 약세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비트코인과 금 같은 실물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M2는 현금보다 유동성이 낮은 △저축예금 △머니마켓펀드 등을 포함한 통화지표다.
실제 이날 비트코인 하루 거래량은 245억달러를 넘어서며 주요 알트코인을 압도했고, 금값도 온스당 34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금은 올해 들어서만 29% 상승했다. 이 같은 흐름은 투자자들이 불안정한 주식시장 대신 실물 기반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미국 증시는 크게 흔들렸다.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3.35%, 3.5% 하락했고, 달러 인덱스(DXY)는 98까지 떨어지며 202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디지털자산 관련 주식도 약세를 보였다. 코인베이스(COIN)와 마이크로스트레티지(MSTR)는 각각 1.2%, 1.3% 하락했고, 마라홀딩스(MARA)·라이엇 플랫폼스(RIOT)·코어 사이언티픽(CORZ) 등 비트코인 채굴주는 2~3%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후안 레온 비트와이즈 선임 연구원은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 약화가 금과 비트코인 같은 대체 자산에 대한 수요를 키우고 있다”며 “트럼프의 연준 독립성 흔들기가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디지털자산시장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Fear&Greed) 지수는 이날 47점(중립)으로 전날(39점) 대비 상승했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하고, 100에 가까울 수록 매수 경향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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