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정기예금만 올해 162조 늘어
정기예금 증가액, 사상 최대폭 기록할 듯
고금리에 안전자산으로 ‘역머니무브’ 심화
금융당국 금리인상 자제령에 증가세 꺾여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올해 들어 계속된 금리 상승세에 은행권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이 주춤한 반면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5%대까지 치솟은 영향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 자제를 권고하면서 최근 예금금리 상승세는 주춤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3일 기준 817조56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654조9359억원)보다 24.8%(162조6267억원)가 증가했다.

정기적금도 올해 들어 늘었다. 같은 날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37조6073억원으로 지난해 말(35조1007억원)보다 2조5066억원(7.1%) 늘었다.

올해 은행권의 정기예금 증가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을 포함해 모든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0월 말 기준 965조318억원으로 올해 들어 186조608억원이 증가했다.

지난달과 이달 증가분을 더하면 올해 증가액이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이는 해당 통계가 시작된 2002년 1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정기예금으로 뭉칫돈이 몰린 것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은행 수신금리가 치솟은 영향이다. 또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 등 자산시장의 수익률이 크게 하락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으로 향하는 ‘역머니무브’가 심화했다.

한은에 따르면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예금은행 정기예금의 58%는 연 4.0% 이상의 금리가 적용된다. 연 5.0% 이상의 이자를 받는 비중도 7.4%나 된다. 2018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연 4% 이상 정기예금은 아예 없으며 7월에도 1.1%에 불과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달 연 5%를 넘어섰다. 다만 금융당국이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권고하면서 현재는 연 4% 중후반대로 떨어졌다.

이에 정기예금 증가세는 이달 들어 주춤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27조2986억원으로 한 달 사이 19조710억원이 늘었다. 반면 이달 23일까지 집계된 정기예금 잔액(817조5626억원)은 지난달 말보다 9조7359억원이 줄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는 예금이 가장 좋은 투자처였던 만큼 5대 은행의 예금 잔액이 큰 규모로 증가했다”며 “최근에는 금리가 답보상태를 보이고 고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농협은행 ‘NH올원e예금’이 연 4.75%로 가장 높다. 이어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연 4.65%,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연 4.60%, 국민은행 ‘KB Star정기예금’ 연 4.27%다.

◎공감언론 뉴시스 win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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