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바이낸스 창펑자오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불과 한 달 전, 주적 중 하나였던 FTX를 쓰려뜨렸는데요. 영광의 순간을 즐기기도 전에 위험에 처했습니다.

블룸버그, 로이터 등 영미권 언론은 연일 바이낸스와 창펑자오를 타격 중입니다. FTX의 고향 언론인 블룸버그는 16일 대놓고 바이낸스를 흔들었는데요. “대마불사 위험이 있다”는 기사를 내걸었습니다.

블룸버그 기사. 바이낸스가 대마불사 위험이 있다는 내용

FTX가 무너지기 전부터 말이 많았고, 감옥에 가기 직전까지도 끊임 없이 떠벌였던 샘 뱅크먼 프리드(SBF)는 창펑자오의 진짜 적이 아닙니다.

바이낸스의 독주를 저지하려는 적은 FTX 사태 이후 비교적 말을 아끼고 있는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 입니다. 암스트롱은 SBF처럼 워싱턴 정가에 정치 자금을 마구마구 뿌리지도 않았고, 증권거래위원회(SEC)와는 대립각을 세운 인물 입니다.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

영미권 언론은 바이낸스를 경계합니다. 창펑자오는 캐나다 이민자이지만, 그 뿌리는 중국이죠. FTX 붕괴 이후 바이낸스로 쏠림 현상을 비판적으로 봅니다.

언론이 작년부터 제기한 이슈는 바이낸스가 자금세탁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로이터는 장문의 시리즈 기시를 써서 창펑자오를 압박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미국 법무부가 바이낸스를 기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죠.

바이낸스 사용자들이 이탈하기 시작했습니다. ”크립토 월드를 다시 건설하자“고 말한 창펑자오는 자기 앞가림을 해야할 처지입니다.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바이낸스가 위기를 넘기려면 뭔가 기발한 수를 써야 합니다.

영화 ‘대부’에는 이런 대사가 있죠. “너에게 제일 먼저 찾아와서 협상을 하자고 말하는 측근이 배신자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둬야 한다.”

바이낸스의 전세계 암호화폐 시장 점유율은 53%에 달합니다. 마진 거래와 같은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 점유율은 60%가 넘습니다. 시장을 좀 떼어주면 어떨까요?

바이낸스가 코인베이스에 투자하는 그림을 그려봅니다. 미국 시장은 브라이언 암스트롱한테 떼어주는 거죠. 암스트롱이 FTX 사태 직후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미국 금융 당국이 규제를 명확히 했다면 미국인들이 암호화폐 투자를 위해 외국 기업을 찾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외국 기업은 바하마에 본사를 둔 FTX를 뜻합니다만, 읽기에 따라서는 바이낸스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바이낸스는 한국 시장에도 진출하려고 하죠. 문제가 되고 있는 고팍스를 실사 중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면 우리 정부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승계를 허락할까요?

여러분이 금융 당국자라면 미국 법무부가 자금세탁 의혹을 제기한 바이낸스에게 고팍스가 갖고 있는 VASP를 내주겠습니까? 처음부터 등록 절차를 다시 밟으라고 하거나,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시간을 끌겠죠. 법에 그런 것이 없다고요? 전 세계 금융 당국 공무원들이 행정 절차를 법이 정한 대로 했다면 우리는 지금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내고 있을 겁니다.

고팍스가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데도 바이낸스가 고팍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오직 VASP 자격 때문인데요. 금융 당국이 이를 허락(?)하지 않으면 살 이유가 없죠.

바이낸스가 국내 시장 진입을 쉽게 하면 다른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 중 마진 거래를 하는 투자자들은 백이면 백 바이낸스에 계좌가 있을 겁니다. 비밀도 아닙니다. 금융 당국도 다 알고 있습니다. VASP도 없이 영업하는 바이낸스를 접속 차단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당당히 한국 시장에 들어온다면 창펑자오의 적들이 이걸 지켜만 보겠습니까?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마진 시장을 만들 기술이 없나요? 금융 당국이 못하게 하니까 취급을 안하는 건데요. 바이낸스가 한국 시장에 무혈 입성해서, 비트코인 매매 수수료 제로(0), 한국 계좌도 있고 바이낸스 본사 마진 계좌도 있으면 수수료 할인 같은 파격 행보를 보이면 국내 거래소들이 구경만 할까요?

창펑자오가 친구 이상으로 가까이 해야할 사람은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는 코인베이스의 암스트롱과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 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바이낸스가 두나무에 지분 투자를 하면 더 좋겠죠. 친구가 되는 겁니다.

”CZ, SBF와 같이 했다는 시그널 단체 채팅방에 지금 당장 송 의장을 초대하시죠.“

두나무 송치형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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