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암호화폐 상장을 둘러싼 ‘비리’ 중 대표적인 것은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 : MM)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지는 코인 가격 조작이다.

블록미디어는 지난해 아로와나 코인 상장 과정에서 이 코인을 MM해주겠다며 접근한 전문 업체(Market Maker)와 아로와나 사이에 오간 계약서 초안을 입수했다.

해당 계약서와 당시 MM 업체와 협상을 진행했던 한글과컴퓨터측 내부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신규 상장 코인에 대한 불법적인 MM은 ‘일상화된 위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코인 상장 이대로는 안된다’ 상편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 MM 수익, 2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아로와나 코인에 대한 MM을 제안한 업체는 ***LEOS라는 업체다. 계약서상 주소지는 미국 뉴저지주로 돼 있다. LEOS는 1년간 MM을 해주는 댓가로 수익의 최저 15%, 최고 50%를 요구했다.(아래 계약서에 ‘정’에 해당)

LEOS는 ‘작전’에 필요한 아로와나 코인을 세 단계로 나눠, 1단계 4850만 개, 2단계 5000만 개, 3단계 5000만 개를 제공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주식시장에 비유하면 주가 작전을 위해 ‘대주주’로부터 주식을 받아, 이를 바탕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당시 LEOS와 협상했던 한컴 내부 직원은 “LEOS측이 MM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처음에는 20억 원 정도라고 했다가, 계약 조건을 바꾸면서 500억 원, 나중에는 1000억 원까지 부풀렸다”고 말했다.

LEOS는 아로와나 코인 뿐 아니라 작전에 쓸 실탄(현금)도 요구했는데, 이를 거부하자, “현금을 빌려줄 테니 이자를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는 것이 한컴 내부 직원의 증언이다. LEOS 자체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이 돈을 코인 가격 조작에 투입한 셈이다.

아로와나 코인은 지난해 4월 빗썸 상장 당시 50원에서 5만원까지 급등했었다.

아로와나 코인 상장 직후 가격 급등 차트. 자료=빗썸

# 유동성 공급이 가격 조작으로…거래소의 묵인 혹은 방관?

LEOS와 아로와나 사이에 오간 계약서 초안의 명칭은 ‘아로와나 토큰 유동성 공급 업무 위탁 계약서’다. 계약서 이름만 보면 신규 상장된 코인이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계약서 초안은 코인과 현금을 받아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 즉, 코인 가격을 단기간에 끌어올려 개미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다.

주식시장에도 합법적인 유동성 공급(Market Making)이 있다. 이 경우 매수 또는 매도 호가를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내릴 수 없다. 매수-매도 호가 공백이 클 때 이를 채워주는 것만 가능하다.

최우선 호가보다 더 높거나, 낮은 호가를 내면 가격 조작이다. 이는 증권관련법령에서 엄격하게 금지하는 불법행위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행해지는 MM은 노골적으로 가격을 펌핑한다. 이같은 불법은 아로와나 코인의 경우 빗썸에 사전 제출한 서류에 ‘마케팅 물량’이라며 은연 중에 암시돼 있다.(아래 서류 사진 4번 Marketing 1억 개로 표시돼 있다.)

빗썸은 아로와나 코인의 마케팅 계획이 미흡하다며 상장 일정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이것이 MM 실행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사법 당국의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빗썸은 상장 직후 투자자 지갑을 동결했다. 당초 제출한 마케팅 계획과 다른 ‘이상 거래’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빗썸이 아로와나 코인 상장 직후 지갑 간 이동, 매매 동향을 면밀히 들여다봤다는 뜻이다.

따라서 만약 아로와나 코인에 대한 불법적인 MM이 있었다면, 빗썸이 마음만 먹으면 이같은 ‘이상 거래’도 얼마든지 걸러낼 수 있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빗썸은 아로와나 코인 가격의 급등과 급락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밝힌 바 없다.

#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는 코인 가격 조작

텔레그램 정보 채널을 운영하는 암호화폐 인플루언서 A씨는 오는 19일 블록미디어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공동으로 기획한 정책 토론회 패널 참여를 고사했다.

이번 정책 토론회는 코인 ICO와 상장 및 평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자리다. 코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패널 참여를 제안했으나, A씨는 “내가 지켜본 코인 상장과 관련한 사건 사고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를 얘기하기 어렵다”고 손사래를 쳤다.

국내 거래소와 코인 상장에 얽힌 ‘비밀’들이 그만큼 깊다는 뜻이다. 실제로 코인 커뮤니티에는 다음과 같은 ‘가격 조작 규칙(?)’이 돌아다닐 정도다.

코인 가격 조작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말하지 않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코인 프로젝트, 코인 상장 브로커, 암호화폐 거래소, 가격 조작 세력, 이를 수수방관하는 규제 당국과 사법 당국이 ‘침묵으로’ 비밀 아닌 비밀의 카르텔을 지키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의의 일반 투자자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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