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50원 돌파…13년 4개월래 최고
#외환 당국, 올 들어 공식 구두개입만 네 차례
#미 긴축·유로존 경기 침체 등 악재 겹쳐
#전문가들 “1400원 넘어 1500원 돌파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3년 4개월 만에 1350원대로 치솟는 등 발작 증세를 보이자, 외환 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치솟는 환율에 한국은행은 물론 대통령실, 경제부총리·금융당국까지 나서 환율에 우려를 표하면서 연일 경고성 발언을 내놓고 있다.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하락하자 공식 구두개입 등 실개입 메세지까지 내 놓으면서 경고하고 나섰지만 요지부동이다.

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이 미 통화당국의 고강도 긴축 등 외부 요인에 인한 것인 만큼 이미 당국의 통제 수준을 벗어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미 긴축, 유로존 에너지 위기, 중국 경기 침체 등 악재가 겹칠 경우 최악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00원도 넘어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1.3원) 보다 19.1원 오른 1350.4원에 마감했다. 장 마감 기준으로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자 외환 당국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차례나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외환당국의 공식 구두개입은 실제 달러 매도 시장 개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올해 네 차례의 구두개입 모두 원화 가치 상승으로 작용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외환 당국은 앞서 23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345원을 돌파하자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등 공식 구두개입을 내놨다.

또 이에 앞서 3월 7일, 4월 25일, 6월 13일 에도 잇따라 구두개입에 나섰다. 특히 6월에는 심리적 지지선인 1300원 돌파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김현기 당시 한은 국제국장 명의로 공식 구두개입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도 환율이 1340원을 돌파한 23일 이례적으로 “국민 여러분이 1340원까지 치솟은 환율 때문에 걱정이 많을 것 같다”며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 민생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 해가겠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은 특히 최근 원화 하락폭이 큰 것과 관련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등에서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적 거래 양상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6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근 대외 여건이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외환시장 심리의 일방향 쏠림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시장에 쏠림이 발생하거나 투기적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적기에 시장안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투기세력으로 인한 것이라기 보다는, 미국 통화당국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7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는 환율에 대해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에 대한 투기수요라기 보다 달러의 글로벌 강세에 따른 영향”이라며 “현재까지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은 주요국 통화의 움직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달러 가치는 지난 25일 기준으로 13%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원화는 달러대비 11.0% 하락해 유로화(11.9%), 파운드화(12.5%), 엔화(15.8%), 위안화(73%)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투기 세력이 개입했다면 원화만 유독 큰 폭 하락해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은 투기 세력 때문이라기 보다는 미 고강도 긴축 우려에 전세계적으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하고 있는 것은 투기 세력 때문이라기 보다는 미 긴축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이 원·위안이나 원·유로, 원·엔화 등 다른 통화와 비슷하게 하락한 만큼 투기세력이 원화만 유독 공격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달러인덱스의 58%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유로화가 큰 폭 하락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는 있지만 미 긴축과 중국 부동산 시장 둔화, 유로존 에너지 문제 등 악재가 한꺼번에 나타나 달러화 유동성 경색이 나타날 경우 환율이 1400원을 훨씬 넘어서느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내다 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불구하고 이 총재가 잭슨홀 미팅에서 환율이 고공행진 하고 있는 것이 국내 요인에 있기 보다는 미 긴축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의 경우 아무런 해결 방안이 없다는 늬양스로 말을 하면서 환율이 큰 폭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 총재의 발언이 시장에서 고환율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등 환율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 강세 재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유로존 에너지 가격 급등, 중국 경기침체 등으로 유로화와 위안화까지 절하되고 있어 1400원 돌파는 각오해야 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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