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중국 부호들이 일본으로 넘어가 삶의 터전을 꾸려가고 있다. 중국 시장의 급격한 침체와 독재 정치 강화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내 중국인 거주자가 지난해 말 기준 약 82만2000명으로 전년도보다 6만명 증가해 최근 몇년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고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경영관리 비자’를 가진 중국인 거주자는 2017년 1만1791명에서 지난해 1만7862명으로 6년새 51.4%(6071명) 증가했다.

경영관리 비자란 외국인이 일본에서 회사를 설립·경영하기 위해 취득해야 하는 비자로, 상설 사무실과 2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 일본 기업에 최소 3만2000달러(한화 약 4406만원)를 투자해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중국 부호들의 일본 유입이 잇따르면서 도쿄 중심부 새 아파트 평균 가격이 지난해 약 40% 상승해 약 74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중국 부호들이 자국 내 부동산 및 주식 시장의 급격한 침체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 엔화 약세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값싼 부동산 매물들이 나오고 있는 탓으로 분석된다.

실제 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달러당 엔화가 160엔대를 넘어서면서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중국 부호들이 일본 내 부동산 매물을 쓸어담고 있다고 WJS는 전했다.

중국에서 태어나 귀화한 도쿄 부동산 중개인 오리하라 오사무씨는 중국 구매자들의 영향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수익이 3~4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팬데믹 상황 당시 중국 내 봉쇄가 이뤄지고 그 이후 베이징 등에서 독재 정치 체제가 강화되는 상황에 대한 좌절감 등도 중국인들의 일본 이주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도쿄로 이주해 온 후 65만 달러 상당의 해변 콘도를 구입한 하야시 토모씨는 “중국에서는 정치에 대한 논의를 피한다”고 말했다.

하야시씨가 살고 있는 48층 건물의 콘도 중 약 3분의 1은 중국 이름을 가진 개인이나 중국 이름을 가진 회사의 소유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구매자들이 리조트 부동산 구매를 열망하면서 홋카이도 북쪽 섬 스키장 인근 후라노 마을에서는 지난해 택지 가격이 28% 상승하기도 했다. 홋카이도의 한 부동산 업자는 “중국 국기를 동반한 붉은 쓰나미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서 비행기로 불과 몇 시간 거리에 있다는 점도 중국 부호들의 일본 유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일본어 쓰기 시스템에서 부분적으로 한자를 사용한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물론 중국인 부자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싱가포르로 향하기도 한다. 또 홍콩 거주자들은 종종 영국으로 가기도 한다고 WSJ는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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