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실 소유주,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 재판 진행 중
법률 리스크가 매각 최대 걸림돌

[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올해 코인시장의 침체 속 ‘크립토 백기사’로 떠오른 샘 뱅크먼프리드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인수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 매각설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나왔었지만 해킹이슈, 법률문제, 거래조건 의견차 등으로 매번 무산됐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빗썸코리아의 최대 단일 주주인 비덴트가 코스닥시장본부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을 통해 “FTX 측과 빗썸코리아, 빗썸홀딩스 출자증권의 처분을 위한 접촉 및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FTX는 미국 최연소 크립토 억만장자에 오른 샘 뱅크먼프리드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다. 지난 2019년 설립돼 다양한 가상자산 파생상품을 주력으로 성장하며 바이낸스에 이어 세계 2위에 등극했다.

◆매각설만 수차례…이번에는 성공할까

빗썸이 처음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건 지난 2017년으로 당시 빗썸의 운영사인 비티씨코리아(현 빗썸코리아)가 DB금융투자를 통해 일부 지분을 매각한 것이다. 당시 비티씨코리아의 기업가치는 40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다고 알려졌다. 빗썸이 본격적인 매각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때는 지난 2018년 카카오, 넷마블게임즈와의 인수합병 논의가 알려지면서부터다. 당시 네이버도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 당시 빗썸의 기업가치는 최대 1조원이 언급되기도 했다.

아울러 같은 해 10월에는 이정훈 전 의장의 법정 공방의 씨앗이 된 BK컨소시엄의 비티씨코리아홀딩스의 지분 50%+1주를 40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도 있었다. BK컨소시엄은 싱가포르 소재의 BK그룹을 주축으로 한 글로벌 블록체인 투자 그룹이다. BK그룹은 성형외과 전문의 출신 김병건 회장이 이끌고 있다. 해당 인수 계약은 BK컨소시엄이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지난해에는 넥슨의 창업자인 고(故) 김정주 NXC 대표가 빗썸에 눈독을 들였다. NXC 측은 이정훈 의장 등이 보유한 빗썸 지분을 5000억원 가량에 모두 인수하기로 했으나 이 역시도 흐지부지됐다. 이후에도 모건스탠리, JP모건, 비자, 위메이드 등도 빗썸의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지만 사실상 모든 딜이 무산됐다.

현재 장외시장(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에서 빗썸코리아(빗썸 운영사)의 거래 가격은 22만3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FTX가 빗썸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가격은 전날 대비 27.43% 올랐다. 현재 가격으로 빗썸코리아의 시가총액을 추산할 경우 약 9446억원으로 확인된다.

◆이정훈 빗썸 오너 재판 장기화…실제 매각 가능성 낮아

문제는 빗썸을 인수하기에는 법률 리스크가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빗썸코리아의 대표는 이재원 대표이지만 실질적인 소유자는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이다. 이 대표는 이 전 의장이 아이템베이를 운영하던 시절 함께했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지난 5월 말 선임됐다.

빗썸코리아(전 비티씨코리아)의 지주사인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34.22%)다. 비덴트는 빗썸코리아 지분도 10.22% 보유하고 있는 빗썸의 단일 최대주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 의장이 BTHMB홀딩스를 통해 10.7%, 싱가포르 법인 디에이에이를 통해서 29.98%와 개인 지분 및 우호 지분 약 25% 등을 합해 빗썸홀딩스 지분 약 65.7%를 확보하고 있어 실질적인 최대 주주로 있기 때문이다.

현재 FTX가 빗썸을 인수할 수 있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다. 직접 빗썸홀딩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과 대주주인 비덴트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인 비덴트는 현재 빗썸의 경영권 매각 시 동반 매각 권한(태그얼롱)과 우선 인수 협상권, 빗썸홀딩스와 빗썸코리아의 이사 선임권을 모두 갖고 있지만, 이 전 의장이 가지고 있는 빗썸홀딩스의 우호 지분이 비덴트 보유 지분보다 두 배가량 많은 상황이다.

현재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 김병건 BK그룹 회장이 빗썸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 BXA 코인 관련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혐의로 3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의장은 다음 달 9일 12차 공판이 예정돼 있다.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던 해당 공판은 지난 19일에 예정돼 있었지만 검찰의 요청에 의해 3주 연기됐다.

인수 계약 당시 이 전 의장은 김 회장에게 빗썸 인수 대금 가운데 일정 부분을 BXA 코인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했다. BXA는 김 회장이 이끌었던 블록체인 회사로 김 회장이 BXA 코인을 발행한 뒤 빗썸에 상장해 시세 차익을 이용해 대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김 회장은 계약금 1억달러(약 1120억원)를 지불했으나, BXA 코인 상장은 이뤄지지 않아 잔금이 치루지 못했고 BK그룹의 빗썸 인수도 무산됐고 2020년 7월 김 회장은 이 전 의장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한 M&A 관계자는 “법률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매각 딜은 성립되기 힘들다”며 “인수자는 법률 리스크를 감안해 크게 할인된 가격을 원하겠지만, 소유자가 응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빗썸 지분 매각 추진은 `변수’라기 보단 매번 추진되는 ‘상수’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j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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