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미국 달러가 수십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강세 행진을 벌이고 있음에도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달러 강세를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달러 강세는 수입 물가를 낮춤으로써 이론상 인플레이션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해외에서 판매되는 미국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미국의 수출에는 부정적으로 간주된다.

과거 미국 정부는 달러 강세가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에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달러 가치 하락을 위한 정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달러 강세가 소비자물가 통제에 제한적 수준의 도움만 제공한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대체적으로 달러 강세를 용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멤머 제러드 번스타인은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걱정할 경우 달러 강세는 수입품 가격을 낮춤으로써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도 지난 11일 블룸버그TV에 “나는 현재 수준의 달러 강세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우리에게 도전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의회에서 금리 인상의 영향이 경제에 미치도록 하는 세가지 채널 가운데 하나가 환율이라고 언급했다. 금리 인상이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민간 경제학자들은 소비자 인플레이션이 9%를 넘는 지금 상황에선 달러 강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021년 중반 이후 달러 가치 상승이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수를 불과 0.1%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산한다. 또 물가에 미치는 달러 강세의 효과가 내년에 극대화되는 경우에도 물가 인하 효과는 약 0.2%포인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E&Y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레고리 다코는 현재 환경에서 “달러 강세가 인플레이션 관점에서 일부 도움은 되겠지만 게임체인저가 되지는 않을 것”이며 반대로 미국의 수출을 일부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아직은 달러 강세가 수출을 압박하고 있다는 신호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가장 최근 월간 무역적자는 1년 최소 수준으로 축소됨으로써 상품과 서비스 수출 증가를 반영했다.

블룸버그는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워싱턴의 셈법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노무라 홀딩스의 글로벌 시장 리서치 헤드 롭 수바라만에 따르면 안전자산으로서 달러 수요를 부채질하는 글로벌 경기침체는 특히 큰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그는 “달러 강세 지속은 좋은 점보다 피해를 더 많이 초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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