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웹3 아이디어는 좋아요. 이론이 좋아요.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헛소리에요.”

영국 드몽포트 대학에서 컴퓨터와 사회적 책임을 강의하는 케터린 플릭은 웹3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해 잭 도시가 “웹3는 어디에 있냐?”며 a16z 등 벤처캐피탈을 저격한 이후 업계는 찬반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플릭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웹3의 현실적인 제약을 지적했다.

첫째, 프라이버시
둘째, 리워드

# 웹3는 네트워크 효과를 해체한다! 정말?

a16z 파트너 크리스 딕슨은 “웹3는 네트워크 효과를 해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트위터를 떠나고 싶다. 트위터에 내가 구축한 친구들, 팔로워, 팔로잉이 모두 날아간다. 결국 트위터에 묶여 떠나지 못한다.”

웹2까지는 거대 SNS 기업들과 개발자들이 사용자를 이런 식으로 락인(Lock-in)함으로써 네트워크 효과를 독점했다.

웹3는 이걸 해체한다. 대중들에게 네트워크 효과를 돌려준다는 것이 딕슨의 주장이다. 딕슨은 탈중앙화보다도 네트워크 효과의 해체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딕슨은 “웹1은 읽기, 웹2는 읽기와 쓰기, 웹3은 읽기, 쓰기, 소유”라며 네트워크 효과를 설명했다.

# 종속되지 않는다면 왜 투자하지?

웹3에서 데이터는 ‘휴대’할 수 있다. 특정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는다. 거대 기업에 묶이지도 않는다.

내가 원하면 새로운 SNS로 언제든 옮겨가면 그만이다. 현실은 어떨까?

새로운 사용자를 모집하는 일은 너무 어렵다. 웹3는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

고객 데이터를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뉴앱(NewApp)이 탄생했다고 치자. 트위터,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던 인플루언서가 뉴앱으로 옮겨 왔다. 나를 따르던 구독자 명단은 블록체인 위에 있다. 뉴앱에서 그걸 그대로 쓰면 된다.

뉴앱 다음에 네오뉴앱(NeoNewApp)이 나왔다. 같은 방식으로 뉴앱을 떠나 네오뉴앱으로 옮기면 그만이다.

뉴앱은 짱짱한 개발자와 투자자를 모을 수 있을까? 사용자를 유치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락인조차 못한다면 뉴앱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뉴앱이 소용이 없는데 네오뉴앱은 경쟁력이 있나? 웹3는 이상(ideal)이다. “무지개가 시작하는 곳에 달려가 봐야 아무것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 딕슨 “대세다…따르지 않으면 도태된다”

딕스의 대답은 이렇다. “기업들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수용할 때 인센티브가 뭐냐구? 다른 옵션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그렇게 될 것이기 때문에 따르지 않으면 도태된다.”

드몽포트 대학 플릭은 딕슨의 생각을 ‘나이브’하다고 본다.

플릭은 “웹3는 전통적인 문제다. 기술-현실-인간 심성이 만나는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 입장이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도 웹3는 신기루라는 지적이다.

“내가 왜 유튜브에서 틱톡으로 옮겨야하지?” 라는 질문에 답해야만 한다는 것.

# 비용과 프라이버시 문제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데이터를 자유롭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위에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첫째,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하나?

기업은 나서지 않을 것이다. 자기 플랫폼을 이탈하는데 도움을 줄 행동에 기업이 돈을 쓸리 없다. 메타가 만들겠다는 메타 플랫폼은 페이스북이 그랬듯이 최대한 데이터 이동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가 이 비용을 낼까. 이 문제는 리워드와 맞물려 다시 설명하자.

둘째, 제도적 문제다. 내가 조인성 인스타를 팔로잉하는 것은 내 자유다. 그런데 조인성이 인스타를 떠나 뉴인스타로 가면서 내 데이터를 같이 가져가는 것은 어떤가?

조인성이 내 허락을 받았나?

허락 없이 내 데이터가 뉴인스타로 이식될 경우 영국과 유럽에서는 글로벌 매출의 4%까지 벌금을 물리기도 한다.

# 기술이 해결할 수 없는 일들

소비자의 마음은 갈대다. 조인성을 처음에는 좋아했지만, 나중에 무슨 이유로 조인성을 싫어하게 됐다면? 팔로워에게 일일이 나를 따라 뉴인스타로 따라 올 것인지를 물어봐야 한다.

조인성이 뛰어난 스마트컨트랙트 개발 능력이 있다면 팔로워 모두에게 개인화된 코드를 심겠지만 현실적으로 완벽한 프라이버시 코드 구축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셋째, 어떤 퍼블릭 블록체인을 쓸 것인지, 누가 결정하나? 이는 이더리움, 이더리움 킬러 진영이 사활을 걸고 고민해야하는 과제다.

뉴인스타가 탈중앙 SNS라고 하더라도 그걸 어떤 체인 위에 구축할 것인지 결정하는 주체가 불분명하다.

웹3 서비스가 자체 체인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잭 도시의 웹3 비판도 이 지점을 공격한다. 자체 체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VC의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더 큰 문제는 리워드

웹3 옹호론자들의 반론은 이거다.

“이런 모든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코인 이코노미를 설계하는 것 아닌가? 대신 사용자들은 특정 SNS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를 얻게 된다.”

자유를 위해 기꺼이 사용자들은 인플루언서를 따라 플랫폼을 이동할까? 내 돈을 내서라도 블록체인 위에 스스로 데이터를 쌓을까?

실제 사례를 보자. 비욘세는 2016년 6집 앨범 ‘레몬에이드(Lemonade)’를 남편이 관여한 타이달(Tidal)이라는 스트리밍 플랫폼에만 배타적으로 올렸다.

비욘세라는 막강한 스타의 힘으로도 타이달은 스포티파이나 애플 뮤직의 반열에 올라가지 못했다. 사용자가 늘기는 늘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타이달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종잡을 수 없는 소비자들이 ‘구식’ 웹2 플랫폼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소프트웨어를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 자체가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기술적 이상’만 가지고 대중을 웹3로 이끌 수 있을까?

잭 도시의 질문은 이거다. “도대체 웹3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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