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국영 암호화폐 페트로가 지난 5월 5일(현지시간) 돌연 5일간의 서버 점검을 선언하고 일방적인 하드포크를 진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페트로는 2018년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정부 주도로 발행한 최초의 스테이블코인이다. 이후 페트로는 불투명한 운영과 실질 수요 추락 등으로 P2P 거래소에서 원래 가격의 반값에 거래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번 하드포크 사건으로 페트로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추락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는 왜 페트로를 발행했나

2010년대 중반부터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추락을 거듭했다. 가장 큰 원인은 셰일 가스 혁명으로 유가가 폭락한 것에 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 산업에 크게 의존해왔던 나라다. 그만큼 유가 폭락의 충격을 다른 나라보다 크게 받은 것이다. 이후 베네수엘라 정부의 거듭된 정책 실패는 경제 위기에 불을 지폈다. 사상 초유의 초인플레이션도 이 무렵 발생했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100%대의 인플레이션을 보였던 베네수엘라는 2010년대 후반 들어 IMF가 10만%대 인플레이션을 전망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결과적으로 지난 2월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발표한 2019년 물가상승률은 9585.5%였다.

페트로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018년 발행한 암호화폐다.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는 ICO(암호화폐공개)를 앞두고 “1베럴 당 유가 기준(당시 약 60달러)로 페트로 가격이 고정된다”며 홍보에 나선 바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 측에 따르면 페트로의 ICO 모금액은 7억 5500만 달러에 달했다. 결국 통화 안정화와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페트로 발행을 시도한 셈이다.

#잡음 끊기지 않았던 페트로

문제는 페트로가 ICO때부터 논란이 계속돼 왔다는 것에 있다. ICO는 2018년 3월에 진행했지만, 백서를 10월까지 내놓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았다. ICO 투자자에 대한 토큰 분배도 문제였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정상적으로 토큰 분배를 마쳤다고 발표했으나,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의혹을 받았다. 뒤늦게 공개된 백서의 내용도 암호화폐 대시(DASH)와 흡사한 부분이 많아 ‘백서 베끼기’ 논란에 휩싸였다. 그나마 공개됐던 페트로 영문 백서도 현재 삭제되고 스페인어로만 남아있는 상태다. 페트로 소스코드 역시 깃허브(Github)에 올라간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비공개로 올라가 있어 외부인은 열람할 수 없게 돼 있다.

#별안간 하드포크?…2개의 태양 떠오른 페트로 

지난 5월 5일 베네수엘라 정부 산하 암호화폐 감독 기관 수나크립(Sunacrip)의 발표는 계속돼 왔던 페트로 논란을 심화시켰다. 수나크립 측은 “블록체인 기반 페트로가 5일 동안 점검에 들어갈 것이다. 이에 따라 5월 10일까지는 페트로를 이용할 수 없다”는 발표문을 5일 게시했다. 이후 페트로 앱(App) 사용자들은 업데이트된 페트로에 맞는 지갑 주소를 새로 받아야했다.

페트로 홈페이지 내 블록 탐색 사이트에서 제네시스 블록이 2개 있음을 확인한 자료. 현재는 접속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암호화폐 관계자들이 분석한 결과 페트로가 별도의 언급도 없이 하드포크를 진행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에 있다. 이들은 페트로 공식 홈페이지의 블록 생성 기록을 통해 ‘제네시스 블록(맨 처음 생성되는 블록)’이 2개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하드포크를 하지 않으면 같은 계열의 체인에 2개의 제네시스 블록이 발견될 수 없다. 이를테면 비트코인캐시는 자체 제네시스 블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트코인의 제네시스 블록을 품고 있다. 현재 페트로 홈페이지 내 블록 생성 탐색 사이트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한편 베네수엘라 카라보보 대학교 암호화폐 트레이딩 강사 아니발 가리도(Anibal Garrido)는 이번 사태에 대해 “그동안 페트라 블록체인에는 여러 문제가 발생해왔다. 이러한 원인으로 인해 하드포크로 보이는 업데이트를 진행한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하드포크로 보이는 업데이트는) 정부의 공식적 설명이 없는 상태로 유지될 것 같다. 블록체인의 이전 기록을 무시한 채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은 당국만이 밝힐 수 있는 부분이다”라며 정부의 해명을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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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