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산업군이 확대되면서 그 범위가 광범위하게 늘어났다. 기업용 블록체인에서부터 게임, 뷰티, 문화 등 블록체인을 적용하지 않은 분야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같은 변화에는 블록체인의 다양한 쓰임새와 보상시스템이 그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기여도에 따른 토큰 보상시스템은 가상경제를 실물경제로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들에 매력 요인으로 다가왔다. 한 프로젝트 관계자는 “기여도에 따른 포인트를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기업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상만 좇다가는 냉엄한 현실의 벽에 부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성공이 반드시 서비스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이상은 이상일뿐… 현실은 다를 수 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저마다 나름의 토큰 이코노미를 기획하고 이상적인 시장을 꿈꾼다. 블록체인이 보편화된다면 그 이상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상은 이상일 뿐 현실은 다를 수 있다. 현실과 이상을 명확히 구분해야 비로소 성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

한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통합 포인트를 만들어내겠다며 현재 기술 개발중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포인트 소멸의 아쉬움을 달래고 사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고객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돼 마케팅 및 관리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많은 포인트사가 참여해 통합 포인트를 생성하게 되면 버려지는 마일리지가 없어지고 마일리지 사용처도 크게 늘어나는 등 활성화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통합 포인트 구현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포인트를 제공하는 대기업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대기업에서 포인트 운영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계열사나 자사 상품이 아닌 것과 포인트를 통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포인트나 마일리지는 이를 이용해 자사 제품을 이용하게 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 차원에서 포인트 통합으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 같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포인트 통합의 이상적인 결과를 기대하기에 앞서 거대 포인트 제공사들을 끌어오기 위한 현실적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 기술 실현했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블록체인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무엇이든 ‘토큰화’가 가능하고 체인간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가상 자산이 실물 자산이 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장점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분야가 게임이다. 게임 유저들은 이미 가상 자산에 익숙해 있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검증된’ 고객이라는 점이 그 배경이다. 게임 자체도 토큰 이코노미를 적용하기에 용이하다. 때문에 게임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프로젝트들은 블록체인으로 아이템은 물론 재화, 캐릭터까지도 자유롭게 이동시키며, 토큰화를 통해 현금화도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어느 정도 성공도 거뒀다.

실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개발하는 이들은 해당 플랫폼을 이용해 아이템을 다른 게임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을 이미 개발했으며, 일부 프로젝트들은 이를 대중들에게 시연하기도 했다. 게임간 아이템 이동이 기존 게임에서는 (같은 회사의 게임이라 하더라도) 불가능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획기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게임간 아이템 이동이라는 혁신은 분명 가능해졌다. 그러나 현실성에 있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게임마다 구현된 세계관이 다르고 캐릭터 및 아이템의 용도와 의미, 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게임간 아이템 이동이 가능하지만, 실제 현실에 반영했을 때 아이템 이동이 가지는 가치는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같은 체인 내에서 아이템을 이동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그것이 실제 가치를 가지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카트라이더에서 리니지의 검을 이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의문을 제기헸다. 이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것과 정말 필요한 것을 구분해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대체재 즐비한 디앱, 성공사례 나오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2019년이 디앱 발전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들 예상했다. 다양한 디앱이 쏟아지고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2019년 3분기가 지난 현재를 돌아볼 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비스는 많이 출시됐지만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업계는 이런 현실에 대해 디앱이 대체재가 많은 분야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미 기존 고객을 대거 확보한 분야에서 디앱들이 출시되다 보니 신규 고객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블록체인을 적용한 보상형 SNS 플랫폼이 많이 출시되고 있는데, 이미 거대 시장이 형성된 SNS 시장에서 유저들을 빼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강력한 대체재가 있는 곳에서 디앱들이 출시되다보니 성공사례가 나오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분석했다.

미미한 보상 체계도 디앱 성공이 늦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현재 대부분의 보상 수준은 아주 열심히 한 달간 활동해야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정도다. 한 운동보상 디앱은 매일 5.5Km씩 5년을 꾸준히 걸어야 겨우 운동화 한 켤레를 살 수 있을 정도다. 물론 토큰 가격이 유동적인 만큼 운동화를 구매할 수 있는 기간은 줄어들 수도 있고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결국 디앱 성공의 조건은 얼마만큼 이용자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이상도 좋고, 기술 구현도 좋다. 다만 이상만 좇다가는 몽상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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