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재닛 옐런 장관이 연준에 금리 인상을 요구한 이튿날. 연준은 ‘금융 안정 보고서’를 냅니다. 반년에 한 번 나오는 건데요. 옐런 발언 때문에 주목을 받았죠.

이 보고서에 연준 이사인 라엘 브레이너드가 별도의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보고서의 주된 내용이 “자산 가격이 높아서, 위험 성향이 바뀌면 상당한 가격 하락이 올 수 있다”에요. 자산 버블을 경고하는 거죠.

브레이너드 이사가 연준 대표로 보고서 앞에 등장한 겁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바이든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 후보였습니다. 옐런 장관 자리에 앉을 뻔 했던거죠.

이 분 경력이 화려해요. 옐런 장관도 행정부와 연준을 오가며 재정, 통화 정책을 모두 지휘해봤는데요. 브레이너드도 마찬가지 입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제 담당 재무부 차관을 했어요.

하버드에서 박사를 받았고, MIT에서 6년 간 교수도 했습니다. 1997년 클린턴 행정부 경제 자문으로 워싱턴에 입성했습니다. 민주당원입니다. 민주당 대통령 두 명을 보좌한 거죠. 바이든 행정부에서 요직을 맡는다면 세 명 째.

행정부에서 연준으로 옮긴 것은 2014년입니다. 재롬 파월 현 의장과 같이 지명을 받았는데요. 파월 의장은 공화당원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이죠. 파월 의장은 사석에서 브레이너드 이사의 뛰어난 지적 능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파월 의장 임기는 내년 2월입니다. 올 가을 재지명이 되지 않으면 사무실을 비워야 합니다. 파월 의장이 팬데믹 위기를 잘 대처했기 때문에 유임될 줄 알았는데, 옐런 장관이 대놓고 금리 인상을 얘기하는 바람에 기류가 좀 이상해졌습니다.

차기 의장 물망에는 서너 명이 언급되고 있어요. 여성으로는 브레이너드 외에 사라 브룸 라스킨 전 연준 이사가 있습니다.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 라파엘 보스틱 아틀란타 연방은행 총재 등도 후보입니다. 두 사람은 흑인입니다.

브레이너드가 주목 받는 이유는 바이든 대통령이 초대 재무장관으로 점찍었다가 연준에 주저앉힌 빚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내 급진파가 “브레이너드는 너무 무르다. 중도주의자다”라고 비토를 놨거든요.

대신 노련한 옐런이 재무장관이 된 겁니다. 옐런 장관은 백전노장이고, 브레이너드는 외교관처럼 유연합니다.

브레이너드 이사가 약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트럼프 시절 공화당이 지명한 연준 이사들 틈에서 자기 목소리를 분명하게 냈거든요. 재무부 차관 시절에도 당시 유럽 외채 협상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만약 연준 의장에 브레이너드가 앉게 되면 미국 경제 정책의 두 축, 재정과 통화를 여성 수장이 지휘하게 됩니다. 브레이너드는 옐런 언니(?)를 이어서 사상 두 번째 여성 연준 의장이 될 수 있을까요.

디지털 자산에 대해 삐딱한 옐런 장관. 브레이너드가 특유의 유연함으로 균형을 맞춰줄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