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미국의 관세 정책 여파로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약해지면서 안전자산인 엔화가 이를 대체하는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속에서 일본의 금리인상과 경제회복 전망 등을 감안하면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외화예금 통장 가입이나 엔화 노출형 상장지수펀드(ETF) 거래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지난해 엔화가 약세를 보이며 100엔당 800~900원대 흐름을 보일 때 대거 사들인 투자자들은 최근 환율이 1000원을 넘어서자 적극적으로 차익을 거둬들이는 모습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24일 기준 8673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9266억엔에서 이달 들어서만 593억엔 급감한 규모다. 원화로 환산하면 6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엔화예금은 엔화가격 상승에 따라 감소세를 지속하며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1조200억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1527억엔, 1조5000억원 넘게 빠지면서 잔액이 8000억엔 중반대까지 줄어들었다.
외화예금 통장은 환전이나 송금 시 은행별로 적용하는 우대환율에 따라 수수료가 발생한다. 환전 시점에 따라 차익 실현이 가능하고 해외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금융사별 트래블 카드도 최근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상품이다.
하나은행의 밀리언달러 통장은 28개국 통화 중 최대 10개까지 예치가 가능하다. 우대환율은 연말까지 비대면 거래 시 엔화·유로화 50%, 미 달러화 80% 등이다. 통화별 외화보통예금 금리를 제공한다.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는 원화(하나머니)에서 외화로 바꿀 때 환전 시점의 하나은행 매매기준율을 적용한다. 외화에서 원화로 바꿀 때는 1% 환급 수수료가 붙는다.
우리은행의 환율케어 외화적립예금은 환율 변동에 따라 이체 외화금액을 조절해 매입이 가능하다. 환전이나 송금 시 50%, 자동이체 적립으로 외화 매입 시 80% 우대환율(전신환매도율)을 적용한다. 예금에 입금 후 1개월이 지난 건을 외화현찰로 지급받을 경우 발생되는 외화현찰수수료는 면제다. 가입일로부터 매 1년마다 2000달러 해당금액까지 지급 시 면제된다.
위비트래블 외화예금은 외화체크카드에 연결 가능한 해외여행 특화 상품이다. 입금(환전) 100%, 출금(재환전) 50% 환율우대를 적용한다.
농협은행의 트래블리 외화예금은 원화에서 외화로 입금 시 100% 우대 중이다. 지급은 50% 우대한다. 금리는 달러 기준 0.01% 수준이다.
트래블리 체크카드는 결제 시 해외서비스나 국제브랜드 수수료를 면제한다. 자동화기기(ATM) 현금인출 수수료는 월 10회까지 면제, 10회 초과 시 건당 3달러 상당액의 현지통화로 함께 출금된다.
신한은행의 외화체인지업 예금은 고객별로 50%까지 우대율을 제공한다. 쏠트래블 체크카드는 원화에서 외화로 100%, 외화에서 원화로 50% 우대를 적용한다. 국민은행은 주요 통화의 비대면 환전 시 90%까지 우대환율을 제공한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최근 엔화에 대한 투기적 매수 포지션 규모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달러의 추가 약세, 엔화의 추가 강세를 기대하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장기적 엔화 강세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경기 침체와 관세 리스크에 대한 최고의 위험회피(헤지) 수단으로 엔화를 꼽기도 했다.
엔화 노출형 ETF 상품도 엔화 강세로 환차익이 늘어나면서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의 ‘PLUS 일본엔화초단기국채(합성)’는 최근 3개월 수익률이 8.83%로 나타났다.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도 각각 8.66%, 8.19%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