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한국은행이 2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가 3배 이상 더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가계부채 관리와 순이자마진(NIM) 방어 등의 이유로 예대금리차를 계속해서 확대하는 중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주기) 금리는 전일 기준 연 3.36~5.08%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하했던 2월 25일 기준 이들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3.468~5.31% 수준이었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다음 금통위가 열린 4월 17일까지 약 두 달간 주담대 하단은 0.1%p 내리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주담대 변동금리 역시 4.205~5.93%에서 4.07~5.59%로 하단이 0.13%p 내렸다.
대출금리가 0.1%p 내리는 동안 예금금리는 3배 이상 떨어졌다. 이들 은행의 12개월 만기 대표 정기예금 상품은 전일 기본금리 2.15~2.40%, 우대금리 포함 최고금리 2.60~2.70%를 형성했다.
2월 25일 당시 기본금리는 2.4%, 최고금리는 2.95~3.0% 수준이었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기본금리 하단은 0.25%p, 최고금리는 0.30~0.35%p 하락했다.
주담대 고정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는 2월 25일 2.970%에서 전일 2.797%로 0.173%p 하락했다. 이 기간 정기예금 준거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는 2.820%에서 2.614%로 0.206%p 내려갔다.
은행마다 전주 채권금리를 반영하는 등 산정 시기와 방식은 다르지만, 시장금리가 비슷하게 하락하는 동안 대출금리는 덜 내리고 예금금리는 더 내린 셈이다. 앞서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상대적으로 대출금리를 빠르게 더 올리고 예금금리를 덜 올리는 흐름을 보였다.
당시 예금금리가 높아지면 조달비용이 늘어나 대출금리가 더 오른다는 이유였는데, 기준금리 인하기로 접어든 현재는 조달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대출금리에 반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가계부채 증가세 관리 강화와 NIM 방어 등의 명목으로 예대금리차를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확대하고 있다.
이 기간 은행별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신한 1.20%p, 우리 1.15%p, 국민 0.89%p, 하나 0.87%p 등으로 대폭 상승했다.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대출금리는 신한 0.7%p, 우리 0.68%p, 국민 0.43%p, 하나 0.39%p 순으로 확대됐다. 반면 저축성수신금리는 신한 0.5%p, 하나 0.48%p, 우리 0.47%p, 국민 0.46%p 등으로 크게 떨어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전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다.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로 유지됐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5월 이후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