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기자]암호화폐 공구방 총판 최모씨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암호화폐를 공동구매하는 공구방의 피해규모는 2만 이더리움으로 투자 당시 기준(5월)으로 보면 220억원에 달한다. 이번 공구에 포함된 프로젝트는 라인의 링크, 카카오의 클레이, 넥스, 아르고 등 6개다.

◇규제 공백..모럴해저드 천국 ‘ICO’

소식이 알려지자 발행사, 공구방장, 투자자는 모두 비상이다. 아르고나 라인, 카카오 등 발행사는 공구방으로 해당 토큰을 배분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명백한 사기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공구방장을 상대로 투자금 환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공구방장들은 사기인줄 모르고 팔았다며 우리도 피해자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피해자 “선취 이자 뗀 브로커많아..피해자 코스프레 맞다”

이를 보는 피해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양 모씨는 “최씨 자살로 상황이 복잡해진 것은 맞지만 공구방장들이 마케팅을 하며 투자자를 끌어들인 것도 맞지 않냐”며 “어려운 것은 다 마찬가지인데 너무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방장은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토큰을 공동구매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브로커인데 다단계 가장 밑에 있는 개인투자자보다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 토큰을 그대로 구매 대행해주는 브로커도 있는 반면, 선취로 수수료를 현금화한 방장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핵심 인물 역시 “방장들은 개인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전달하면 커미션으로 돈을 받고 수수료만 챙기는 브로커”라며 “토큰이 올라도 내려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로커, 금융에선 불법…암호화폐 업계는 다 돼

ICO는 IPO와 달리 규제가 없다보니 공구방장들의 위법은 이전에도 지적돼왔다. V공구방 피해자는 김씨는 “얼마 전 모금하기로 한 토큰이 두 배 이상 오르자 공구방장이 투자자에게 토큰이 분배되지 않았다며 처음 모았던 이더리움으로 환불해줬다”며 “ 투자자의 이익을 가로챘다”고 말했다. 제도권 금융이었다면 조사감이다. 또 다른 공구방장은 투자자로부터 모은 이더리움을 거래소 지갑으로 보내 미리 현금으로 바꾼다. 그리고 몇 달 뒤 토큰이 상장될 즈음 거래소에서 매도해 토큰 가격을 떨어뜨린 뒤 값이 싸진 토큰을 사서 투자자에게 분배받은 것처럼 전달해준다고 한다.

◇불법이지만 처벌도 안 해…당국 외면

금융권에서는 불법인 행위들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일비재한데도 금융당국의 반응은 냉랭하다. 피해를 본 소비자를 도울 방법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암호화폐는 금융이 다루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다루기 어렵다”며 “유사수신이나 변호사와 상담하라”는 답을 줬다. 유사수신 행위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문의를 해봐도 뾰족한 수가 없긴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의 유사수신 담당 부국장은 “암호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하기 애매하다”며 “암호화폐 유사수신 신고 접수는 상담하면 보통 경찰서에 수사 의뢰하는 정도에 그친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규제 미비로 처벌도 도움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사기꾼들이 금융당국을 조롱하면서 순진한 투자자를 ICO시장에 꼬여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럴해저드 천국 ICO..외면받는 투자자 ‘방황’

물론 이번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투자자 본인이다. 한국에서 ICO참여가 금융당국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며 ICO POOL(공구방)또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해야한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크립토 커뮤니티 J대표는 “미국과 스위스 등 주요 금융 선진국은 정부가 ICO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관련 규제와 감시 기관을 지정해 사기를 걸러내려고 한다”며 “지금처럼 ICO 관련 정책에 손을 놓고 있다면 스타트업 육성뿐만 아니라 투자자 보호도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