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 정아인 기자]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제시간에 맞춰 인수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고팍스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한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서는 통과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신고서 통과가 상당 기간 지연될 경우 바이낸스가 스스로 고팍스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CFTC 기소로 제동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바이낸스와 창펑자오(CZ)를 기소하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바이낸스 아태지역 레온 풍(Leon Foong) 대표의 몇몇 발언도 우리나라 금융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모양새다.

CFTC는 바이낸스와 CZ를 승인 받지 않은 거래소 영업 외에 자금세탁 방지, 고객정보확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있다. 이는 FIU가 반드시 살펴야 할 이슈다.

이런 상황에서 고팍스 이사회를 장악한 레온 풍 대표는 금융당국이 금지한 오더북 공유를 공공연하게 언급했다. 해외 기관 투자자들에게 계좌를 열어주자는 말도 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까지는 부산시와 밀착해 국내에 가상자산거래소를 만들 것처럼 행동했다.

고팍스 인수 이후에는 부산 외에도 인천시와 손을 잡았다. 블록체인법학회 학술 행사를 후원하면서 풍 대표가 기조 연설과 패널 토의를 하는 등 국내 암호화폐 생태계와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풍 대표가 오더북 공유를 언급한 것도 지난주 학술 행사 자리에서였다.

# 레온 풍, 오더북 공유 언급

레온 풍 대표는 우버 동남아 담당 임원과 쏘카 동남아 지사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풍 대표는 학술 토론에서 “암호화폐 유동성이 크면 시세조종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거래소의 유동성이 중요하다. 한국 시장에서 원화 마켓이 우세하기 때문에 국외 자본 유입을 통한 유동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풍 대표는 글로벌 오더북(거래 호가창) 공유와 해외 기관의 계좌 개설 허용을 통해 유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 당국은 2021년 3월 특금법을 개정하면서 원칙적으로 오더북 공유를 금지했다. 풍 대표의 말대로 해외 거래소의 호가를 국내 거래소가 공유하게 될 경우 특금법에 전면 배치된다.

오더북을 공유하면 거래소 간 매수 매도 호가가 풍부해지고, 가격 차이도 좁혀지는 효과가 있다. 2020년 7월 바이낸스 글로벌 거래소와 바이낸스 한국 거래소가 일부 오더북을 공유한 적이 있다. 바이낸스KR은 2020년 4월 거래를 시작해 같은 해 12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2021년 금융위원회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특금법)’ 감독규정을 개정했다. 이로써 국내 거래소는 어느 곳도 사실상 오더북 공유가 어렵게 됐다.

블록체인법학회에서 발표 중인 레온풍 바이낸스 아태 대표

# 바이낸스 국내 영향력 확대 포석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국내 또는 해외에서 인허가를 받은 가상자산사업자 중에서 △서로 간의 고객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경우에만 오더북을 공유하도록헀다. 바이낸스 본점은 가상자산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 고팍스를 인수하면 간접적으로 등록을 완료하게 된다.

이러한 바이낸스가 오더북 공유를 언급했다. 바이낸스 본사와 고팍스 사이에 오더북 공유를 실행하기 위한 탐색전으로 볼 수 있다.

블록미디어 자체 집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국내 원화 거래소 기준 거래량 비중이 지난 3월 0.21%에 불과하다. 바이낸스와 고팍스가 오더북을 공유하면 판도가 달라진다.

바이낸스는 고팍스를 교두보로 한국 암호화폐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태세다.

# 고파이 500억원이 볼모? 정부, FTX 4조원 피해도 모른 척했다

문제는 CFTC의 소송과 FIU의 신고서 수리다. 일각에서는 바이낸스가 고팍스의 암호화폐 이자 상품 고파이 500억 원을 대지급하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이낸스가 한국에 투자를 하고, 고파이 상환도 대신 해준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금융 당국 입장에서 고파이 500억 원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 FTX 사태 당시 한국인 피해 규모는 4조 원에 달했다. 금융 당국은 당시 한국인 피해 규모도 파악하지 않았고, 어떠한 형태의 구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고파이 500억 원을 명분으로 국내 가상자산시장 진출을 무작정 허용할 리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의 경우 원화 표시 거래량이 달러 다음으로 많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치로 볼 때 바이낸스가 한국 시장에 무혈 입성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풍 대표가 오더북 공유를 공공연하게 언급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우리나라 금융 당국과 일정한 교감하에 한 발언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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