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매출 80%가 검색 광고인데
챗 봇 문장은 광고 싣기에 부적합
부작용 우려 적은 신생 AI 기업들
구글 검색 대체 시장 구축 가능성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3주 전 발표된 인공지능 챗GPT(ChatGPT) 등이 기술 산업의 판도를 크게 바꿀 전망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정보가 담긴 링크를 보여주는데 그치는 기존의 인터넷 검색 엔진을 육중하고 느린 공룡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예측이다.

챗GPT는 정보를 명료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제시한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개념을 설명하고 사업전략, 크리스마스 선물 아이디어, 블로그 주제, 휴가계획 등 모든 부문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챗GPT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은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구글 경영진에게 “코드 레드(code red; 심각한 위기 상황을 알리는 경고)”가 됐다. 일부 경영자들은 실리콘 밸리 시스템 최대의 위기가 다가온다고 말한다. 거대한 기술 변화로 업계 판도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 검색 엔진은 20년 이상 인터넷 관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새로운 챗 봇(chat bot) 기술이 검색 엔진을 대체하게 되면 구글은 주력 사업 분야에서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한 구글 임원은 구글의 사활이 걸렸다고 표현했다.

구글 역시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구글의 사업을 위축시킬 가능성 때문에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등 신생 인공지능 개발회사들과 제대로 경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구글이 개발한 챗 봇 LaMDA(Language Model for Dialogue Applications)를 두고 개발자인 블레이크 르모인이 지난 여름 지각능력을 가졌다고 말해 큰 주목을 끌었었다. 실제로 지각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챗 봇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강조한 사례였다.

구글은 챗 봇 기술을 온라인 검색에 적용하기를 꺼린다. 구글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디지털 광고를 전달하는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챗 봇은 인터넷에 올라 있는 수많은 정보들을 분석하는 기계 학습 과정에서 사실과 허구를 뒤섞는 능력을 가진다. 성차별, 인종차별적 발언, 증오발언과 같은 해로운 발언도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이 구글이 수십 년 동안 구축해온 브랜드 파워를 무너트릴 수 있는 것이다. 이 틈을 타서 새로운 AI 회사들이 성장을 위해 고객의 불만을 무시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구글이 챗 봇을 완성하더라도 넘어야 할 과제가 남는다. 챗 봇이 구글 검색 엔진을 무력화할 것인가? 챗 봇이 간결한 문장으로 답을 내준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광고가 달린 링크를 클릭하지 않게 될 것이다.

구글은 내년 5월 대규모 회의를 개최해 인공지능 개발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챗GPT와 같은 챗 봇은 물론 오픈AI가 개발한 예술품 등 영상 창작 인공지능 DALL-E와 유사한 인공지능도 선보인다.

구글은 앞서가는 인공지능 기술을 공개하길 꺼려왔다. 챗GPT처럼 허위의 해로운 편견 정보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LaMDA는 AI Test Kitchen 이라는 실험 앱을 통해 허가를 받은 소수만 활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등 기술 대기업들도 인공 지능을 개발하면서도 부작용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는 등 신중한 자세다.

그러나 소규모 인공지능 회사들은 구글과 달리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인공지능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말일에 발표된 챗GPT는 벌써 이용자가 100만 명이 넘는다.

한편 구글은 챗 봇처럼 대화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이른바 “대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이라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다.

현재 이 기술을 구글 검색 결과에 적용해 검색 결과 가운데 직접적 답이 되는 내용을 부각해 표시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 구글 검색 엔진은 “미용사가 주로 서서 일을 하나요?”(Do aestheticians stand a lot at work?)“라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피부미용 산업 근로자들의 육체노동 강도를 간결하게 알려주는 답을 내놓는다.

다수의 전문가들의 구글이 현재의 전략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검색 엔진을 전면적으로 뒤집지 않고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이다.

구글의 이런 입장이 오픈AI 등 인공지능 개발 회사들에게 구글 검색 엔진을 대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누구든 먼저 개발에 성공하는 회사가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구글의 광고 부문 책임자이던 스리드하르 마라스와미는 현재 인공지능 개발 벤처 기업 벡타라(Vectara)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니바(Neeva)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엔 구글의 통제에 숨이 막혔지만 새 기술 발전으로 경쟁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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