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공격적 인상 후 침체 우려에 인하로 선회”
“금리 인하 기대감이 美증시 등 위험자산 지지 중”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월가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말까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지속한 뒤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하로 선회할 것이란 데 베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공 행진 중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 결국 경기 침체를 초래해 연준이 금리 인하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은 지난 1990년대 중반에도 지금과 비슷한 속도로 금리를 올리다가 갑자기 금리인하로 돌아선 바 있는데, 당시에는 투자자들이 이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었다. 당시 연준은 1995년 2월까지 금리를 총 3%p 올린 뒤 같은 해 7월 금리인하로 돌아섰는데, 그 해 5월까지도 투자자들은 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택 수요 급감이나 소비지출 위축 등 경기 둔화 신호가 속출하면서 투자자들이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하 선회에 베팅하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러한 베팅은 미 국채 금리 동향에서 드러나는데, 3%를 넘던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꾸준히 낮아져 지난 22일 2.781%에 마감, 5월27일 이후 두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짜리 초단기 대출금리인 OIS(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와프) 등 금리 파생상품의 동향도 마찬가지다.

22일 기준으로 투자자들은 연준이 오는 27일 기준금리를 0.75%p(75bp) 올리고 연말까지 3.3% 수준까지 인상한 뒤 내년 6월께 금리인하에 나서 2024년 중순까지 기준금리를 2.5%로 낮출 것으로 예상 중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바라보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사진=로이터 뉴스핌]

한편 이러한 금리인하 선회 관측으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내려가면서 증시 등 위험자산 시장 불안은 다소 진정되고 있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스냅발 충격으로 막판 흔들리긴 했으나 주간 기준으로 꽤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해 투자자들의 바닥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S&P500지수는 지난 한 주 2.6%가 올랐고, 나스닥은 상승폭이 3.3%였다. 다우지수 역시 주간으로 2%가 올랐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 지표 악화로 인한 연준의 금리인하 선회 내지 긴축 속도 둔화 기대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동시장 등 미국 경제 일부가 여전히 견실해 침체로 인한 금리 인하를 당장 기대하기 어렵고, 침체가 발생해도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높아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판단인 것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제임스 레일리는 설령 경기 둔화로 연준이 긴축 스탠스에서 물러나는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증시에는 그리 호재일 수 없다면서, 기업 실적은 지금 예상보다 더 나빠질 것이고 리스크 선호 심리가 후퇴해 증시에는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뱅가드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존 마드지어는 앞으로 2년 동안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긴 하겠지만 연준의 보유자산 매각은 지속될 예정이어서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금리가 빨리 내려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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