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불을 당기면서 전통 금융권에서도 비금융 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 들어 은행권은 은행의 가상자산업 진출을 강력하게 희망해왔기에 향후 은행업계의 코인 사업 정조준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은행의 가상자산업 진출이 단기간에 지각변동을 이뤄내기에는 어려운 구조라고 반응했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는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보고했다. 이번 회의에서 나온 은행권의 가상자산 관련 주요 요구는 ▲은행 부수 업무에 가상자산 허용 ▲업종 제한 없이 자기자본 1% 내 투자 허용 등이다.

금융위는 36개 금융혁신 세부 과제를 우선 선정하고, 그중 하나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금산분리에 의해 은행과 보험사들은 원칙적으로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가 불가능하다. 현재 은행들은 디지털 커스터디 합작회사 등을 통해 간접 투자의 형식으로 15%의 한도를 채워 투자한 상태다.

이번 혁신회의에서 나온 내용들이 현실화될 경우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들의 가상자산업 진출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 기준 업비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요 거래소들은 시중은행의 덩치에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은행은 막대한 자본과 두터운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상자산 업계에 직접 진출하게 될 경우 기존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큰 위협이 될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큰 위기감은 느끼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업계는 개별 코인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필요한 데다가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돌아가는 새로운 산업”이라며 “신사업 특징상 개발자 인력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애초 근간이 IT였기 때문에 회사들의 분위기도 IT업계 특유의 수평적인 문화가 베이스로 기존 금융권과는 상당히 달라 적응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가상자산 관련 산업에 진출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인재확보가 성패를 가르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유능한 개발자들 경우 수억원의 몸값을 자랑하기에 수도 많지 않아 대규모 영입이 어렵고, 개발자들 역시 자유로운 업무 환경에 익숙한 이들이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조직인 금융권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가상자산 진출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탈중앙화를 기본으로 한 가상자산업이 국내에서만 중앙화가 심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가상자산업계가 중앙화될수록 해외 거래소의 이용에 이점을 더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전통 금융권이 신생 산업인 코인업계에 들어오면 가상자산 업계가 경직될 우려가 있다. 현재도 특금법 이후 코인업계가 경직됐는데 은행권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될 경우 가상화폐 산업의 기치인 탈중앙화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반면 은행의 코인업계 진출이 업계 전반의 신뢰성을 높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 C씨는 “은행권이 가상자산 업계에 진출할 경우 기존 가상자산 산업 전반의 신뢰도가 올라갈 수 있을 걸로 보인다”며 “또 은행은 코인 거래소의 블록체인 기술 등을 익힐 수 있고 코인 업계에서도 은행의 시스템을 배울 수 있는 상호보완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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