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 가치 연동 ERC20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중에서 시장점유율이 80%에 달하는 wBTC 예치량은 한달 새 4000개가량 줄어들었다. 업계는 최근 비트코인의 폭발적인 가격 상승, 디파이 수익 부진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wBTC 등 예치 규모, 최근새 6000개 감소
암호화폐 분석 업체 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12일간 비트코인 가치 연동 ERC20 스테이블코인의 예치량이 15만3951개에서 14만7350개로 6000개 이상 줄어들었다. 현재 시가로 따지면 약 1억2000만달러가 감소한 수치다. 이중에서 암호화폐 커스터디 업체 비트고가 발행, 수탁하는 시총 1위 wBTC 예치 규모도 급감했다. 지난 6월 4000개에 머물렀던 wBTC 예치량은 11월 초 12만4260개로 최고조에 달했다가 이달 들어 12만개 밑으로 떨어졌다. 한 달 만에 4000개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다만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예치량이 줄었음에도 총가치는 오히려 4억달러 늘었다.

#원인은 비트코인 가격 급등과 디파이 부진
한동안 주목받던 비트코인 가치 연동 ERC20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최근 크게 꺾인 데 업계는 두 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먼저 비트코인 가격 급등이다. 비트코인은 10월초 1만500달러선에서 횡보하다가 최근 2만달러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비트코인을 들고 있던 투자자들이 가격이 오르자 차익실현을 위해 매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공교롭게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 시점과 비트코인 가치 연동 ERC20 스테이블코인의 예치량 감소 시점이 잘 맞아떨어진다.

그간 과열됐던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열기가 식은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앞서 비트코인 보유자들 사이에선 비트코인을 가만히 계좌에 넣어두기보다는 이를 활용해 수익을 늘리려는 시도가 많았다. 디파이의 전성기였던 6월 말에서 10월까지 일부 디파이 프로토콜이 최대 1000% 연간 수익률을 제공하며 이들을 유인했다. 하지만 고수익 이자농사는 오래 버티지 못했고, 프로토콜은 토큰 발행량을 어거지로 늘리며 고객 유치에 힘썼지만 이 역시 미봉책에 가까웠다.

암호화폐 구매 플랫폼 팍스풀의 아르투르 샤박(Artur Schaback) 공동창업자는 디크립트와 인터뷰에서 “9월 유동적인 비트코인의 대부분이 디파이의 이자농사에 뛰어들기 위해 이더리움 블록체인으로 옮겨갔는데, 수익률은 이미 크게 낮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 크립토컴페어의 찰리 험버스톤Charlie Humberstone) 제품 매니저도 “이자농사가 주도했던 디파이 불장은 보상 감소로 인해 거래 활동까지 줄어들자 wBTC 등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은?
비트코인 가치 연동 ERC20 스테이블코인의 향후 전망은 어떨까.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 고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현 상태에서는 이전만큼 폭발적인 수요를 보이긴 힘들거란 지적이 나온다.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 바이슨 트레일의 프로토콜 전만가 엘리아스 시몬스(Elias Simons)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다시 한 번 커지면서 중앙화 플랫폼의 금융상품이나 거래소간 차익거래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디파이가 이용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떤 묘수를 쓸지가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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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