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Defiㆍ탈중앙화 금융) 토큰의 가격이 지난 두 달 새 50% 가까이 급락한 가운데 디파이 내 예치된 총자산가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는 투자자들이 손실을 막기 위해 토큰을 현금화하거나 개인 지갑으로 옮기지 않고 그대로 예치해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디파이 토큰 가격 급락했는데 TVL은 늘었다

10월 27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연구 플랫폼 인투더블록에 따르면 9월 이후 디파이의 총예치자산(TVL)은 꾸준히 늘어난 반면, 디파이 토큰 가격은 오히려 하락해 둘사이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지난 두 달간 TVL는 9.66억달러에서 11.55억달러로 2억달러 증가했으나 디파이 토큰은 50% 가까이 하락한 모습이다. 하락폭이 큰 토큰은 컴파운드(COMP), 밸런서(BAL), 커브(CRV) 등이며 이들 대부분은 9월 이후 60% 이상 곤두박질쳤다.

총 발행량 대비 공급량이 적은 토큰의 경우 가격이 더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는 유동성 채굴(이자농사)이 공급측 수요를 부추기는 한편,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디파이의 TVL과 토큰 가치 하락의 반비례 현상에 대해 보고서는 투자자들이 토큰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토큰을 락업해 놨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투자자들은 그간 팽창돼 왔던 토큰 공급량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라며 “시장이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만약 디파이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면 손실을 각오하고 토큰을 현금화했겠지만, 추후에 가격이 회복될 거라는 기대 심리가 커서 그대로 예치해 뒀다는 해석이다.

#거버넌스 토큰↓, WBTCㆍ스테이블 코인↑
디파이 토큰 중에서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거버넌스 토큰은 부진한 성적을 보인 반면, 스테이블 코인과 이더리움 기반 비트코인(WBTC)은 오히려 성장세다.

지난 한 달새 거버넌스 토큰들의 시가총액은 75억달러에서 50.7억달러로 3분의 1가량 빠졌다. 그 사이 WBTC는 시가총액이 9.5억달러에서 16억달러로 급증해 디파이 시장 1위를 차지했고, 한동안 주춤했던 스테이블 코인 다이(DAI)는 9.5억달러로 3위에 올랐다. 디파이뿐 아니라 비트코인 호재까지 등에 업은 테더(USDT)도 163억달러를 기록, 암호화폐 시총 4위 리플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보고서는 “투자자들은 수익이 높긴 하나 리스크가 큰 거버넌스 토큰에서 수익이 적더라도 비교적 안정적인 스테이블 코인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파이의 수익모델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기존에는 유동성 제공자에게 비상식적인 보상을 제공했지만 최근에는 디파이 내 실질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일부 이용자에 한해 보상하는 방식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수익률 자체도 거품이 많이 빠진 상태다.

#”높은 가격 변동성, 초기 시장의 당연한 증상”
보고서는 디파이의 높은 가격 변동성은 초기 시장에선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하며 거품이 빠지면서 더욱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값비싼 수수료와 네트워크 혼잡 등 플랫폼의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솔루션이 제시되면서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확장성을 개선한 레이어 2 솔루션이나 이더리움 2.0 등 디파이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며 “토큰 가격 하락이나 수익률 감소 등 거품이 빠지면서 시장은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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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