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이 카카오 클레이튼의 암호화폐 클레이(KLAY)를 상장하자 클레이튼이 코인원과의 협업을 종료하겠다고 강경 대응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닥과 데이빗이 클레이를 상장했을 때에도 클레이튼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상장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클레이튼은 국내 거래소들의 클레이 상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만약 상장 시 협업 관계를 끊겠다는 식으로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클레이튼 암호화폐 지갑 클립(Klip)이 출시되면서 클레이 인지도가 크게 오르자 여기에 무임승차하려는 거래소들의 시도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코인원 클레이 상장에 클레이튼 발끈

6월 4일 코인원은 클레이를 원화로 직접 사고팔 수 있는 KLAY/KRW 거래 기능을 제공한다고 공지했다. 코인원에서 클레이 입금은 당일 오후 3시 30분부터, 출금은 8일 오후 12시부터다. 매수와 매도는 각각 5일 오후 6시와 6시 반부터 가능하다.

코인원은 “최근 카카오톡 내 클레이튼의 암호화폐 지갑 클립(Klip)이 출시되는 등 클레이튼 프로젝트가 정상 궤도 올랐다고 판단해 상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단, 시장 건정성의 훼손을 우려해 잠정 매수 수량 한도를 6000개로 제한하기로 했다.

클레이튼 측은 코인원의 클레이 상장에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클레이튼은 공식 사이트에 “이번 상장은 사전 논의 또는 협의해 진행하지 않은 코인원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코인원이 클레이의 국내 상장을 강행하면 코인원과의 사업 협력 관계를 종료하겠다”고 응수했다.

앞서 코인원은 클레이튼의 에코시스템 파트너(Ecosystem Partner)로 양사의 서비스 연동을 위한 지원 및 협력, 클레이튼 네트워크를 메인넷으로 쓰는 서비스의 상장을 위한 서비스 개발 및 지원 등에 대해 협력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클레이튼이 코인원에 상장 철회 요청을 했는데도 코인원이 상장을 강행하자 파트너십 관계를 끊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도둑 상장 자체가 말 안 돼”

클레이튼은 업비트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리퀴드 글로벌, 게이트아이오에 클레이가 ‘공식적’으로 상장돼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거래소들의 클레이 상장을 전부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클레이튼의 입장과 상관없이 클레이의 국내 거래소 상장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서 5월 국내 거래소 중 최초로 클레이를 상장한 지닥은 “암호화폐 상장 여부는 거래소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전 협의 절차를 요구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업계도 비슷한 의견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공유가 가능한 퍼블릭 블록체인 특성상 거래소가 상장을 위해 프로젝트 측의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도둑 상장 혹은 무단 상장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클립 출시, 거래소들의 클레이 상장 부추겼다?

클레이는 그간 해외에서만 거래됐기 때문에 국내 파급력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클립이 출시되고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탑재되면서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실제로 클립은 출시된 지 21시간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넘어섰고, 신규 가입자에게 50KLAY씩 에어드랍한 이벤트도 조기 마감됐다. 중고거래사이트에는 클레이를 사겠다는 게시글도 잇달아 올라오며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처럼 클립이 클레이의 가용 범위를 국내로 넓히면서 거래소들의 클레이 상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앞서 코인원이나 데이빗 등 클립 출시 전후로 클레이를 상장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중소형 거래소의 경우 클레이의 유명세를 이용해 자사를 홍보하는 ‘무임승차’ 시도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성장 과도기 중 이해충돌 불가피

클레이튼은 거래소들의 클레이 상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세 거래소에게 취했던 방식대로 ‘사전 협의 없는 무단 상장’이라고 강조하며, 상장을 강행할 경우 파트너십을 끊거나 파트너십 관계가 아니면 공식 인정을 하지 않는 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클레이튼의 고충에 대해서도 나름 이해가 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를 등에 업은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당국의 집중 관심을 받는 데다 사회 파급력을 고려하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상생을 위해서라도 클레이튼과 거래소 간 사전 조율을 했으면 더 바람직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러한 이해충돌이 성장 과정 중 겪는 성장통이라고 봤다. 그는 “시장 과도기 단계이다 보니 공통된 합의가 부재해 기업간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성장통을 겪으며 시장이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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