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암호화폐 관련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논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주요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들에서 해킹과 먹튀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가상자산 취급업소’를 ‘가상자산 사업자’로 명칭을 바꾸고, ISMS직권말소에 대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설정했다. 가상계좌에 대해서는 원안대로 통과됐으나, 금융위가 제시한 시행령을 통해 완화하는 방식으로 합의됐다. 거래소가 발급 조건을 충족한 후 실명계좌를 요청하면 은행이 가상계좌를 발급해주는 방식이다. 발급 조건에 대해서는 향후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개정안이 공표되면 금융위원회는 시행령을 마련하고 개정안을 시행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업계와 민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것이라고 금융위는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벌어진 잇딴 사고로 인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한 신고요건이나 실명가상계좌 발급 조건 등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대표 거래소 ‘업비트’ 마저…”규제 강화 명분 더 생겼다”

특히 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발생한 이더리움 34만 2000개 규모의 분실 사고로 인해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명분을 더했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지난달 27일 두나무 이석우 대표는 해당 거래에 대해 직접 ‘이상거래’임을 언급하며 “오늘 거래소의 핫월렛에 보관 중이던 이더리움 34만 2000개가 알 수 없는 지갑으로 이체됐다”고 밝혔다. 현재 업비트는 타 거래소들에 해당 지갑에 대한 자금 유입을 유의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업계는 해당 이더리움이 이동되는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업계 고유대명사 격인 업비트에서 악재가 터진게 아쉽다”며 “특금법 시행령 이전이라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비트 외에도 자금난 등의 이유로 입출금이 원활하지 않은 거래소가 최근 국내외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코인제스트는 에어드랍 등으로 인한 세금 납부 등 예상치 못한 지출로 인해 생긴 자금난으로 원화출금이 정지돼 있다. 일부 암호화폐들만 입출금이 재개된 상태다. 최근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아이닥스(IDAX)는 지난달 공지사항을 통해 대표이사가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입출금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임을 알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금법 자체가 산업 진흥법이 아닌 ‘규제법’인데,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법제화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사항들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며 “또 법안 대부분을 시행령에 위임한 상태에서 이같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 금융당국 입맛에 맞는 강력한 규제조항이 포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업비트 사고 이튿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를 활용한 자금세탁 위험이 증가했다며,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은 위원장은 ‘제13회 자금세탁방지의 날’ 행사에서 “핀테크, 가상자산 등 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자금세탁 위험 역시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 등 주요국들은 제도 정비와 함께 철저한 자금세탁방지 이행을 강조하면서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 및 절차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업계 우려도 나온다.

현재 실명가상계좌를 발급받은 4대 암호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는 6개월 단위로 은행과 재계약을 맺고 있다.

코빗과 계약이 체결돼 있는 신한은행은 계약을 연장할 때 ▲보안점검 ▲자금세탁방지 ▲사업운영 등 세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거래소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자금세탁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이나 해킹 대비 보안 마련 등을 살펴본다”며 “실사 후 내부적으로 설정한 기준에 못 미쳤을 경우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상태다. 농협은행 또한 ▲이용자의 신원 사항 확인 ▲회사 재산과 고객 예탁·거래금 분리 ▲이용자별 거래내역 구분 관리 ▲정부의 가상화폐 관련 정책 준수 여부 등 정부 가이드라인 및 소비자 보호 측면 등을 중요 평가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와 보안 등의 요인이 중요한 실사 대상인 점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 은행이 계좌발급 조건에서 보안 요구 사항을 높이거나 하는 등 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국내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4대 거래소들은 현재 6개월 단위로 은행과 재계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조건이 강화되면 재계약 불확실성이 있다”며 “최근 일어난 거래소 사고로 인해 은행에서 심사기준을 더 강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앞서 제출한 특금법 의견서를 중심으로 당국과 최대한 논의를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업비트 관련, 어떤 사유와 어떤 경로로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밝혀져야 앞으로 유사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대안도 나올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을 당국에서도 지켜볼 것으로 예상하고, 협회에서도 시행령이 마련될 때까지 최대한 업계 의견을 전달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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