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강련호 변호사] 최근 금융위원회는 오랜 금지 관행에 따라 허용되지 않았던 법인에 대한 가상자산거래를 허용한다고 발표하였다. 주요내용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 점진적으로 법인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하되 가상자산 연관성, 관련 리스크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1차적으로 법집행기관에 대해서는 즉시 허용하고, 비영리법인 및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서는 ‘25.2분기부터 현금화 목적의 법인계좌 개설을 우선 허용하여 매도거래가 가능하게 하였다. 2차적으로는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법인, 전문 투자자 등록법인 등 전문투자자에 대해 ’25년 하반기부터 가상자산 매매를 허용한다. 마지막으로 일반법인까지 전면적으로 법인계좌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은 추후 외환, 세제 등 관련제도 정비 등과 연계하여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였다. 다만, ETF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에서도 도입을 신중히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추후 검토대상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금융위원회의 가상자산 거래 법인계좌에 대한 전향적 접근은 전세계에서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법인계좌를 통한 거래를 허용하고 오히려 개인들의 가상자산 거래에 제한을 가하고 있는 현실을 수용한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각 주별 규정의 차이는 있지만 법인이나 개인 모두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하여 별도 제한은 두고 있지 않다. EU나 일본 역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홍콩은 총자산을 기준으로 일정규모 이상의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는 별도 규제를 하지 않으나 개인투자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으로 거래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는 폭넓게 허용하나 개인은 싱가포르 금융당국(MAS)에 의해 신용카드 거래금지, 개인투자자 대상 마케팅(에어드랍 등) 금지, 레버리지 거래제공 금지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이번 발표 이전에도 검경의 범죄수익 몰수, 국세청의 체납재산 강제징수 등 정책적 목적으로 일부 정부기관에게는 예외적으로 가상자산 매도를 위한 법인계좌 개설을 허용해 주고 있었다. 과거 법인에 대한 가상자산 거래를 일괄적으로 금지하였던 정책 방향 하에서 검경, 국세청, 관세청 등은 범죄수익 몰수 등으로 보유하게 되었던 가상자산을 처분하지 못하여 국고귀속에 장애가 있어 가상자산 매도를 강하게 요구하였다. 이들 국가 기관의 가상자산 보유는 가상자산 시장의 확대, 자금세탁 우려 등 최초 법인에 대해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하였던 취지와는 상관성이 낮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가상자산 매도를 허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 인식되었다. 이런 인식 하에서 이번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 이전에 선제적으로 허용되었던 것이다.
비영리법인, 학교법인 등도 가상자산 발행업체나 자산가의 가상자산 기부로 가상자산을 보유하게 되었음에도 이를 매도할 수 없어 기부자의 의사와 달리 학교 발전 사업에 활용하지 못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서는 검경, 국세청 등 정부 부처와 달리 가상자산을 공적인 목적이 아니라 사적인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예외적 허용이 이루어지지 않다가 금번 발표 때 포함되게 되었다. 금번 발표에 따라 비영리법인이나 학교법인에 대해 내부통제기준 등을 마련한 후 계좌발급을 허용해 주고 있다. 하지만 비영리법인의 경우 FATF 등에서 자금세탁을 우려하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보다 제도적으로 자금세탁방지가 잘 유지되고 있는 금융회사나 일반법인보다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법인계좌 개설을 먼저 허용해 준 것은 일관성 있는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계좌발급을 허용해 준 것은 자금세탁방지 측면보다는 비영리법인이나 학교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크지 않을 것이므로 가상자산 시장의 확대나 전통금융시장과의 접점이 낮기 때문에 허용한 것이라고 보인다. 따라서 자금세탁방지 측면에서 취약점이 있기 때문에 비영리법인이나 학교법인에 대한 가상자산 매도 허용시 자금세탁방지 측면의 내부통제 체계 강화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후 25년 2분기부터 계좌발급을 허용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가상자산거래소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인건비, 세금 납부 등 운영비로 활용하기 위한 매도거래로 한정하고 있는데, 가상자산 거래소에게 일반 법인이나 전문투자자와 달리 우선 허용해 줄 자금세탁방지 측면의 정책적 우월성은 낮다고 보여 이 역시 가상자산 시장의 활성화나 전통금융과의 접점이 낮은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사업자의 경우 자금세탁 위험도가 높은 자로 고려하게 되어 있으므로 자금세탁방지 측면에서는 법인 계좌 개설을 늦출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특정금융정보법과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에서 자기매매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관련법과 괴리되지 않도록 이에 대한 별도기준 등을 마련한 후 허용해 줄 것으로 보인다.
전문투자자 중 금융회사 등을 제외한 주권상장법인 및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에게는 올해 하반기부터 법인계좌 개설 및 거래를 허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라 외국법인도 전문투자자로 등록된 경우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이 비로소 현행보다 확대됨으로써, 전통금융업권과의 일부 접점도 생길 것으로 보여 현 상황보다 진일보된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사업이나 가상자산을 활용한 전문투자자들의 사업영역 확장이 기대된다. 한편, 광범위한 가상자산 매매 허용으로 자금세탁 우려가 높아지므로 이에 대한 각 법인들의 거래목적, 자금원천 확인이 강하게 요구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으로 일반법인에게 가상자산 거래를 전면 허용한다고 제시하였으나 일반법인을 전문투자자와 구별할 실익이 큰지는 의문이다. 자금세탁방지 측면에서는 일반법인과 전문투자자를 특별히 구분하고 있지는 않고 일반법인 중에서도 자금세탁 우려가 낮다고 평가할 경우 이들에게는 전문투자자 수준의 가상자산 거래는 허용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 또한, 일반법인의 경우 전통금융시장과의 접점이 크지도 않으므로 정부가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제한의 사유로 든 가상자산과 전통금융시장과의 연계 가능성도 낮다고 보인다.
# 강련호 변호사 약력
· 고려대학교 행정학과·경제학과 졸업(2011)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2014)
·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졸업(2020)
· TSMP Law corporation(싱가포르) 파견(2022-2023)
· 자금세탁방지전문가 (CAMS)(2022)
· TPAC 시험 출제 및 검토위원(2024)
강련호 변호사는 법무법인 세종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금융규제·인허가, 금융회사 제재, 디지털금융,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 분야의 전문가다. 특히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금융위원회에서 은행, 금융분쟁대응, 금융그룹감독, 금융정책 등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했다.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 전자금융업자 등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제도 설계와 감독을 담당했다. 현재는 국내외 금융기관 및 핀테크·가상자산 기업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자문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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