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지승환 인턴기자] 시중은행들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공동 발행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성과 안정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2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BK기업·Sh수협은행과 금융결제원은 ‘스테이블코인 분과’에 참여하기로 발표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에 나섰다. 스테이블코인 분과는 사단법인 오픈블록체인·DID협회가 지난 24일 신설한 것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은행들이 직접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록체인 업계와 학계는 △확장성 △비용 효율성 △글로벌 결제 편의성 등 장점에 집중해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특히 결제·송금 등 실물경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디지털자산 대비 활용도가 더 높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은 토큰 가치가 법정화폐와 연동돼 다른 디지털자산보다 변동성이 적기 때문이다.
해외 결제 시 환전이 필요 없고 중개 사업자를 거치지 않아 비용과 시간이 절감되는 장점도 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보다 비용 효율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이러한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1일 발표한 ‘2024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통화 수요를 대체하는 지급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통화주권이 침해되고 통화정책의 실효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병목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통화정책은 은행 시스템을 통해 작동하는데,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은행 예금 감소를 초래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시스템 취약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예치금·국채 등 준비자산 관리가 불투명하거나 유동성이 부족할 때 투자자 상환 요구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는 위험이 지적되고 있다. 이병목 국장은 “외부충격으로 스테이블코인 가치가 법정화폐 가치에 정확히 1대1로 연동되지 않고 가치가 축소되면 상환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발행업자는 상환을 위해 예금을 대거 인출하거나 국채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국채시장에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담보 부족 △시장 신뢰 의존성 △기술적·운영적 리스크 등 구조적 결함이 존재한다. 시장 충격 시 가격 안정 메커니즘이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고, 스마트계약의 보안 취약점 등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22년 5월 벌어진 ‘테라-루나 사태’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규제 법안 마련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으고 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23일 핀산협 컨퍼런스에서 “준비금, 환매, 이용자 보호에 대한 기준을 규정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별도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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