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산 시장 전반에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5일 오전 8시 30분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BTC)은 전일 대비 0.13%(18만1000원) 하락한 1억241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도 1.15% 내린 9만3445달러를 기록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이더리움(ETH)과 엑스알피(XRP) 역시 각각 1.89%, 1.19% 하락하면서 주요 알트코인 전반에 걸쳐 매도세가 나타났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에서는 약 4264만달러(약 610억원) 규모의 청산이 발생했고 이 중 57%는 롱(매수) 포지션이었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의 청산 규모는 2억6433만달러(약 3785억원)를 기록했다.
이날 시장의 시선을 끈 것은 베스 해막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의 발언이었다. 그는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해지면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위 인사의 첫 언급이라는 점에서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이는 자산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미국 증시는 크게 반등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S&P500은 2%, 나스닥은 2.6%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다”며 “연준이 보다 신속하고 단호하게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러한 정치적 압박과 정책 기대에도 이날 비트코인은 뚜렷한 반등 없이 관망세를 유지했다.
가격 반응은 미미했지만 시장 내 자금 흐름은 활기를 띠었다. 특히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며 최근 이틀간 약 18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이에 대해 연구기관 BRN의 수석 연구원인 발랑탱 푸르니에는 “ETF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음에도 가격 상승이 제한적인 것은 기관의 매수세가 차익 실현과 개인 투자자의 이탈로 상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기관 유입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또 하나 눈에 띈 움직임은 일본 투자 기업 소프트뱅크의 복귀다. 과거 비트코인 투자로 약 1억3000만달러의 손실을 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번에 테더, 비트파이넥스, 칸토르 피츠제럴드와 함께 새로운 비트코인 투자사 ‘21 캐피털’을 공동 설립하며 다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24억달러의 분기 손실을 발표한 데 이어 미국 내 1000억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어 전반적인 투자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프 박 비트와이즈 전략 총괄은 “소프트뱅크는 사실상 일본판 국부펀드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이번 행보는 제도권 내 디지털자산 수용 확대의 상징적 신호”라고 밝혔다.
한편, 디지털자산시장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Fear&Greed) 지수는 이날 63점(탐욕)으로 전날(72점) 대비 소폭 하락했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하고, 100에 가까울 수록 매수 경향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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