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미·중 무역 갈등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해 1억3000만원을 넘어섰다.
23일 오전 8시30분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BTC)은 전일 대비 5.64%(715만7000원) 오른 1억333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도 6.80% 상승한 9만3130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의 상승세에 힘입어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도 강하게 반등했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20개 알트코인을 지수화한 코인데스크20 지수는 전날보다 8.26% 상승했다. 특히 이더리움(ETH)은 10.82%, 수이(SUI)는 21.56% 급등하며 상승장을 주도했다.
급격한 상승에 따라 매도 포지션 청산도 대거 발생했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에서는 약 3억995만달러(약 4440억원) 규모의 청산이 발생했으며, 이 중 95%는 숏(매도) 포지션이었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의 청산 규모는 6억1026만달러(약 8742억원)에 달했다.
이번 상승 랠리는 22일(현지시간)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에서 촉발됐다. 그는 JP모건이 주최한 비공개 행사에서 “미·중 간 관세 대립은 지속 불가능하다”며 “조만간 관세 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 상황을 “사실상의 무역 봉쇄”로 표현하면서도 “포괄적 합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무역 갈등 완화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현재 145% 수준에서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관세 인하 방침을 밝혔다. 이어 최근 금리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대해 해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러한 발언은 디지털자산 시장은 물론 전통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2.3%씩 상승 마감하며 그간의 무역 갈등에 대한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세가 단기적인 반등을 넘어 구조적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스트라히냐 사비치 FRNT 파이낸셜 데이터 책임자는 “전통 금융시장과 디지털자산 시장 모두 관세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최근 몇 주 사이 비트코인이 ‘대체 가치 저장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으면서 기관 자금 유입도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 전문 운용사 QCP 캐피탈도 “최근 달러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비트코인과 금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특히 미국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1일 하루 동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3억8100만달러(약 5450억원)가 순유입돼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상승세가 지속적인 추세로 이어지기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온체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는 “비트코인 수요는 최근 30일간 14만6000BTC 감소했으며, 신규 투자자 유입을 나타내는 ‘수요 모멘텀’ 지표도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현재로선 장기적 상승 추세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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