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윤재] “미래의 블록체인은 하나의 지갑이 독점하는 형태가 돼선 안 된다. 모든 지갑이 연결성 있게 작동해야 한다.”
월렛커넥트(WCT)의 창업자 페드로 고메스(Pedro Gomes)는 최근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지갑 간 상호운용성이 없으면 블록체인이 오히려 중앙집중형 시스템으로 퇴화한다고 경고했다.
월렛커넥트는 사용자 지갑과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을 안전하게 연결해주는 오픈소스 프로토콜이다. 현재까지 45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2억7500만 건 이상 연결하며 지갑 생태계의 중심 도구로 자리잡았다.
디지털 ID가 여권보다 중요해지는 시대
고메스는 디지털 신원과 블록체인의 연결성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여권이나 주민등록증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대부분 세금, 투자, 급여 등 재정적 활동 때문이다. 만약 이런 기능이 블록체인 지갑 주소에 연결된다면, 블록체인 지갑 주소가 국가 신원보다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이야말로 ‘인터넷에 최적화된 신원 체계’라 평가한다. 이메일이나 전화번호처럼 기업이 운영하는 시스템이 아닌, 탈중앙화된 고유 신원 인프라로서 블록체인이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의 신원을 구글이나 메타가 아니라, 누구도 삭제할 수 없는 주소로 가져가야 한다”고 고메스는 강조했다.
“독점은 은행을 다시 만드는 것과 같다”
2017년, 고메스는 이더리움 기반 지갑을 개발하면서 지갑과 애플리케이션 간 연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지갑마다 통신 방식이 달라 개발자들이 특정 지갑만 지원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사용자 선택권이 제한됐다.
“고작 ‘계정(Account)’과 ‘주소(Address)’를 부르는 방식의 차이 때문에 호환이 안 되는 걸 보며 충격을 받았다”고 그는 말했다. 이러한 비표준 상태는 결과적으로 단일 지갑의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월렛커넥트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모든 지갑과 앱이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연결 기준을 표준화했다. 현재 월렛커넥트는 600개 이상의 지갑과 5만 개 이상의 앱과 연결된다.
전쟁이 가져다준 탈중앙화의 필요성
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고메스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월렛커넥트는 당시 제재 문제로 인해 두 나라 모두의 서비스를 차단해야 했다. 그는 “그 상황은 겨우 이틀이었지만, 단일 기업이 전체 서비스를 제재로 중단하게 되는 위험성을 절감한 사건”이라며, “이런 외부 압력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면 탈중앙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후 월렛커넥트는 노드 운영을 분산시키기 시작해 현재 60개 이상의 노드 운영자가 참여하는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이들 운영자는 각자의 관할에 맞춰 제재 여부를 결정하게 되며, 이는 곧 월렛커넥트가 특정 국가의 정책에 좌우되지 않도록 만드는 구조다.
“국가 정체성은 의미 없어지고 있다”
그는 국적에 기반한 정체성 개념 자체가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러 국가를 거쳐 살아온 그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서 태어났는 지가 삶을 결정한다고 믿지만, 실상은 그 환경의 반복된 영향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경은 인간이 만든 인위적 구획이며, 블록체인과 인터넷은 이를 무너뜨리는 기술”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국경은 사라졌지만 언어 장벽으로 인해 경제 통합에 제약이 있는 상황도 예로 들었다. 그는 “하나의 언어만 공유해도 경제가 10배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바꾸는 상거래
고메스는 향후 1년 안에 가장 큰 변화로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을 꼽았다. 로빈후드(Robinhood), 스트라이프(Stripe) 같은 대기업이 내부 결제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월렛커넥트도 투자 유치를 진행할 때 USDC로 받은 투자금은 즉시 정산됐지만, 은행 송금은 수일이 걸렸다. 이후 소액 투자자에게는 오직 스테이블코인만 받기로 했다”고 고메스는 설명했다.
그는 “결제 처리 속도와 효율성 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향후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서비스 결제에도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이라 내다봤다.
개인 브랜드가 곧 신뢰다
고메스는 창업자 개인 브랜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기업 브랜드가 아닌 사람을 신뢰한다”며, “기술은 결국 평준화되기 때문에,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처음엔 개발자들과 기술적으로만 소통했지만, 최근에는 일반 사용자와도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로 접근하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월렛커넥트는 매년 열리는 ‘월렛콘(WalletCon)’의 온라인 콘텐츠 제작에 큰 비중을 두며 100만 명 이상의 온라인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다.
결론: 연결과 협력이 곧 성장의 열쇠
고메스는 블록체인의 본질이 신뢰를 확장하는 도구라고 본다. 하지만 “신뢰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생긴다”며, “지갑, 앱, 사용자 모두가 협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짜 혁신”이라고 말했다.
월렛커넥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누구나 어디서든 블록체인에 접속할 수 있는 보편적인 로그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지갑이 연결되면 정체성이 생기고, 정체성이 생기면 글로벌 경제에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혼자서 10억 명을 상대할 수 없다. 함께 성장해야만 진짜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말로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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