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한국은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암호화폐가 크게 필요 없을 겁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 블록체인 전문가가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2019)’에서 언급한 말이다. 한국은 신용카드와 모바일 간편결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암호화폐 결제시스템을 굳이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도 국내에서 온·오프라인 암호화폐 결제가 점차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초 체인파트너스 자회사 코인덕의 이더리움 결제서비스가 출시된 데 이어 최근 결제업체 다날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페이프로토콜’은 일부 달콤커피 매장에 암호화폐 ‘페이코인’ 결제서비스를 도입했고, 또다른 프로젝트 ‘테라’는 상반기 중 국내 온라인 쇼핑몰 티몬에 암호화폐 ‘테라’ 기반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국내에 카드결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과 일반인들이 암호화폐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갑을 설치하고 거래소를 이용해야 하는 부가적 조건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 등을 암호화폐 결제 프로젝트가 뛰어넘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 신용카드·모바일 간편결제 이미 잘 쓰고 있다

국내는 여전히 신용·체크 카드 등 지급카드 이용률이 높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2017년 중 지급 결제 동향’에 따르면 지급카드(신용·체크·선불·직불 카드 등) 이용금액 중 신용카드 비중이 78.9%를 차지했다.

지난해 지급카드 이용은 더 늘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8년 중 지급 결제 동향’에서 소액결제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지급카드 이용은 전년대비 6.2% 늘어났다. 특히 신용카드 이용 실적은 전년대비 5.8% 증가했고, 체크카드 또한 신용카드보다 높은 세제혜택과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며 전년대비 7% 넘게 이용 실적이 늘었다.

최근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급수단인 모바일 간편결제 이용도 크게 늘고 있다.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는 신용카드 등 지급카드 정보를 모바일 기기에 미리 저장해두고, 거래 시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기기를 접촉하는 방식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일 발표한 ‘2018년 전자 지급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카드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규모는 392만건, 126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7.5%, 86.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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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급카드 이용률이 여전히 높고, 모바일 간편결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굳이 암호화폐를 사용해야 할 뚜렷한 동기부여가 없다면 소비자나 가맹점 입장에서 이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결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소비자들은 이미 카드와 모바일 간편결제를 불편함 없이 사용하고 있다”며 “단기간에 암호화폐 결제가 활성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송금이나 환전 서비스 등에 암호화폐가 활용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국내보다는 현금 이용 비중이 높은 일본이나 금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등에서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일본은 현금결제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고, 암호화폐를 통한 간편결제 시스템의 신뢰를 쌓아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가 나서 ‘현금없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라쿠텐, 야후재팬 등 굵직한 대기업들도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에 진출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국내 한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관계자는 “동남아시아의 경우 기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더 효율적”이라며 “특히 동남아시아는 젊은 층의 인구가 많고, 모바일 보급률이 높아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 암호화폐로 결제해야 할 ‘이유’? 

기존 카드 인프라를 두고 일반인들이 ‘암호화폐’를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사용토록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가맹점 입장에서 할인 및 절세, 보상 등 뚜렷한 혜택이나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암호화폐 결제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 해당 지갑 또는 앱을 설치하고, 거래소를 이용하는 등 절차를 감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암호화폐 결제를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초 출시된 이더리움 기반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코인덕은 지금까지도 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최근 코인덕은 삼성 갤럭시S10의 암호화폐 지갑 기능인 삼성 블록체인 월렛(Samsung blockchain wallet)의 디앱으로 탑재됐지만 효과는 미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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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덕 관계자는 “삼성 스마트폰에 탑재됐다고 해서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는 아직 없다”며 “코인덕은 많은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부분 소상공인이 많고, 사회적으로 암호화폐 결제에 대한 필요성이 아직 불분명하다 보니 파급력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암호화폐 거래소나 투자 관점에서 암호화폐를 접한 사람들이 많아, 이들 대부분이 아직도 암호화폐 자산을 개인 (암호화폐) 지갑이 아닌 거래소에 예치하고 있다”며 “기술이나 가치가 아닌 ‘투자’에 관심이 집중된 현실은 국내 디앱 프로젝트 팀들이 사용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암호화폐 투자자들도 암호화폐 가격 상승 기대감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암호화폐 결제 플랫폼의 잠재적 수요층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업계는 현재 관련 프로젝트 팀들이 암호화폐 결제에 대한 잠재적 수요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단계라고 진단하고 있다. 암호화폐 지갑업체 관계자는 “결국 암호화폐를 지불해서 사용하게 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며 “즉 어떤 서비스를 누구에게 제공해 사용화하고 그에 맞는 결제시스템을 어떻게 붙여나갈 것인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특정 수요가 많은 특정 서비스라면 암호화폐 결제 절차가 어렵더라도 감수하고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이러한 잠재적 수요층을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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