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윤재]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 디앱)들이 레이어 1 블록체인의 존재를 넘어, 자체 체인을 구축해 생태계를 통째로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싱크러시 캐피탈(Syncracy Capital)의 라이언 왓킨스(Ryan Watkins)는 팟캐스트 ‘언체인드(Unchained)’에 출연해 “Fat App(비대한 애플리케이션)의 시대가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앱에서 체인으로…왜 Fat App이 등장했나
‘Fat App’은 단순히 스마트 계약으로 서비스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 확보와 수익모델을 구축한 뒤 직접 체인까지 운영하는 수직 통합형 애플리케이션을 뜻한다. 왓킨스는 “이들은 기술적 전문성보다 ‘고객 접점’에 집중해 시장을 장악하고, 그 기반 위에 체인을 얹는 전략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에테나는 스테이블코인 USDe 기반 예치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자체 체인 ‘컨버전스(Convergence)’를 통해 전통 금융 자산 온보딩까지 노리고 있다. 펌프펀은 솔라나에서 밈코인 발행 플랫폼으로 성장한 뒤, AMM인 ‘펌프스왑(Pumpswap)’을 출시하며 레이디움(Raydium, $RAY)의 기능을 일부 대체했다.
왓킨스는 “아마존이 책 판매로 시작해 전자상거래 전반을 장악한 것처럼, 이들 Fat App은 초기 킬러앱에서 출발해 인프라와 유통까지 통합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Fat App 시대, L1의 미래는?
Fat App 현상이 확산되며 “L1(레이어1) 블록체인은 결국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이에 대해 왓킨스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L1은 여전히 비주권적(non-sovereign) 디지털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며 “특히 이더리움과 솔라나는 자체 네트워크 효과, 자산 생태계, 보안성 측면에서 강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 수수료 기반의 밸류에이션은 점차 설득력을 잃을 것이라 지적했다. “MEV(최대 추출 가치)는 블록 프로듀서보다는 프로토콜, 인터페이스, 사용자에게 점점 흡수될 것이며, 거래 수수료 자체도 플랫폼 토큰으로 지불돼 순환 논리에 갇혀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그는 “장기적으로 L1의 핵심 가치는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같은 플랫폼 토큰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금으로 자리잡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Fat App이 수익을 가져가고, L1은 신뢰받는 가치 저장소가 되는 방향으로 구도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창업자 세대도 바뀐다…이념보다 전략
왓킨스는 Fat App의 등장을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닌 창업자 세대의 전환으로도 해석했다. 과거의 블록체인 창업자들이 탈중앙화와 기술적 완결성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확보한 뒤 인프라까지 끌어안는 상업적 전략가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창업자들은 아이디어보다 배포 전략에 집중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기술도 복제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한다”며 “이러한 유연성과 실행력이 Fat App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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