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11회째 이어가며 이제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 시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성장률 반등에도 내수 부진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리 인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변수는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물가다. 한은은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2.5%로 상향하면서도 물가는 기존 그대로인 2.6%로 제시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짙어질 때 한은이 금리 인하에 즉각 나설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시기가 9월로 전망되는 만큼 전후인 8월과 10월 인하설이 나온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전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2월에 이어 11차례 연속 동결로 금통위원 전원 일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의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총재가 고물가와 고환율 우려에 의도적으로 매파 메시지를 냈다는 분석이 높다. 오히려 한국판 점도표에서 3개월 후 인하 전망이 3회 연속 등장했다는 점에서 인하 기대는 높아졌다.

이 총재는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은 물가 압력에도 내수 회복이 비교적 완만하고,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가 예상되며 파급 시차를 고려해 선제적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성장률 전망치 상향에도 물가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금리 인하 명분을 남겨뒀다는 시각도 나온다. 통상 강한 성장세는 물가를 자극하지만 물가 전망치를 높아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성장률 상향은 순수출 증가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완만한 소비 회복세, 정부 대책 등이 물가 상방 압력을 제한해 연간 전망치를 조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시점의 변수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 전후가 꼽힌다. 시카고페드워치(CME)에 따르면 연준의 9월 인하 가능성은 절반 보다 조금 높은 60% 전후로 여전히 안갯 속이다.

시장에서는 고환율과 자본 유출 우려에 연준의 금리 인하 후인 4분기에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불안에도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연준이 9월 인하에 나선 직후 한은은 10월이나 11월에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미국은 9월과 12월 금리를 낮추고, 한은은 연내 1회로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렵다”면서 10월 인하를 전망했다.

반면 내수 부진 우려가 높은 만큼 글로벌 각국의 금리 인하 분위기에 맞춰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칠레와 체코, 헝가리 등은 연초부터 금리를 낮추고 있고, 스위스는 3월, 스웨덴은 이달 초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영국과 유럽중앙은행(ECB)도 6월 금리 인하를 시사한 상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물가 전망치 유지는 1분기 내수 반등이 추세적이 아니라 ‘일시적 효과’일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8월 첫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하반기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 하기에는 환율과 자본 유출 우려가 높다”면서도 “고금리에 경기 침체 우려가 높은 만큼 환율만 안정되면 금리를 인하하는 편이 비용보다 이익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4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고금리 기조에 따른 내수 부진을 우려하며 한은이 점진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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