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영향으로 주택 매수 심리가 꺾이면서, 거래 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7만5000건 가까이 쌓이고, 거래마저 사실상 끊기면 집값도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전국의 주간 아파트 가격이 7주 연속 하락했다. 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도 6주 연속 내림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첫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5%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마지막주 이후 7주째 하락세다. 다만 전주 대비 하락폭은 유지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떨어져 6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서울(-0.04%→-0.04%)을 포함해 수도권(-0.06%→-0.06%) 및 지방(-0.04%→-0.04%) 모두 전주와 비교했을 때 동일한 하락폭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송파구(-0.11%)는 문정·잠실 구축 대단지 위주로 하락하며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 상계·하계·공릉동 위주로 하락한 노원구(-0.07%)와 상도·사당·대방 위주로, 동작구(-0.07%)와 강북구(-0.06%) 역시 집값이 떨어졌다. 또 구로구(-0.06%)는 구로·항동, 강서구(-0.05%)는 염창·방화·등촌동 주요단지 위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하락세를 보였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불확실한 금융상황 및 부동산 경기 위축 우려로 매수관망세가 길어지는 가운데, 매물가격 하향조정이 점진적으로 진행 중이고 일부 선호단지에서도 급매물 거래가 나타나는 등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아 투자한 사람들)’들의 매수세가 몰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뚜렷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롯데캐슬(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3일 7억원에 매매됐다. 이는 2021년 10월 거래된 11억7000만원보다 4억7000만원 하락한 가격이다.

또 도봉구 창동 주공19단지(전용면적 84㎡)는 2021년 5월 최고가인 12억4000만원보다 4억3500만원 낮은 8억500만원에 지난해 11월 거래됐다. 또 노원구 상계동 ‘임광(전용면적 122㎡)’는 지난달 18일 9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종전 최고가 13억3000만원보다 4억3000만원 낮은 금액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7만5000건에 달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총 7만4998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5만513건) 대비 48.4% 증가했다. 사실상 거래가 끊기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파트 거래건수는 132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1839건을 기록한 데 이어 두달 연속 2000건을 밑돌고 있다. 신고기한이 아직 남아있지만, 2000건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에선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 누적과 고금리, 대출 규제, 부실한 PF 우려 등이 겹치면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전국 주택 매수심리가 2개월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 지수는 101.9로 전월 대비 9.2p 하락했다. 지난달 매수 심리 상승세가 10개월 만에 꺾인 이후 2개월째 하락이다.

수도권(103.0)은 전월 대비 9.3p 하락했다. 서울(104.4)과 인천(101.5), 경기(102.6)도 전월 대비 각각 9.3p, 7.1p, 8.3p 내렸다. 비수도권(100.9)은 8.8p 떨어졌다. 대구(91.3)와 제주(89.8)는 하락국면으로 전환했고, 경북(97.6), 전북(98.6), 부산(99.5)도 심리지수가 90선으로 내려 앉았다.

국토연구원 소비심리지수는 0~200 사이의 점수로, 지수가 100을 넘으면 가격 상승이나 거래 증가 응답이 많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지수가 95 미만이면 하강 국면,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구분하며 95~115 미만이면 보합 국면으로 분류한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와 같은 조치가 없으면 올해 부동산 거래는 관망세를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이 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이미 금리가 높은 수준”이라며 “금리뿐만 아니라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 부동산 PF 위기, 총선 등 변수 등이 겹치면서 주택 매수심리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금리 인하와 같은 조치가 없다면 관망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거래가 줄고, 매물이 늘면서 집값이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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