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10주년을 맞은 가운데 전세계 금융시장을 초토화시킨 위기의 도화선이 여전히 금융업계에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른바 레포(repo)로 통하는 환매 조건부 채권 매매와 고위험 채권을 가공한 증권화 상품 등 잠재 리스크가 뿌리 뽑히지 않았다는 것.

 

맨해튼 금융권 <사진=블룸버그>

 

3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은 연례 경제보고서를 통해 분기 말이나 연말 재무제표를 공개해야 하는 시점이 가까워질 때 은행권의 레포 거래가 크게 늘어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증권의 매수와 매도 계약이 동시에 체결되는 거래로, 레버리지 비율을 실제보다 낮추기 위해 금융위기 이전 리먼을 포함한 금융업체들이 동원했던 기법이다.

 

레포를 포함해 채무액과 거래 리스크를 실제보다 낮춰 감독 당국의 눈을 가리는 데 동원됐던 이른바 그림자 금융은 연쇄적인 디폴트를 일으켰고, 금융시스템 붕괴 위기와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10년 전 미국 금융당국은 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 강화에 나섰지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행위가 은행권에서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BIS의 주장이다.

 

상황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주요 은행들이 수 천억 달러에 이르는 고위험 거래를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

 

BIS는 은행들이 분기 보고서 작성 수일 전 해당 자산의 분류를 변경, 리스크를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 지역에서 상당수 발견됐다고 BIS는 전했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발표하는 레버리지 비율이 신뢰할 수 없는 지표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문디 애셋 매니지먼트의 빈센트 모티에르 최고투자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은행권의 재무재표는 한 마디로 엉터리”라며 “소위 ‘윈도 드레싱’으로 감춰진 리스크가 상당 규모”라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전세계 총 부채 역시 리먼 파산 이후 오히려 악화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현재 공공 부채 63조달러를 포함해 총 부채 규모가 237조달러에 달하며, 이는 리먼 파산 당시보다 70조달러 늘어난 수치라고 전했다.

 

특히 미국의 공공 부채는 GDP 대비 105%에 달했다. 이는 10년 전 65%에서 크게 상승한 결과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도 마찬가지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신용의 질적 저하라는 지적이다. 최고 신용등급인 AAA로 평가 받은 국가가 11개에 불과하고, 미국 기업 가운데는 두 개 업체만이 AA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양적완화(QE)로 불어난 중앙은행의 자산이 15조달러에 이르고, 이는 리먼 파산 당시 없었던 새로운 과제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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