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한만성 특파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72)가 암호화폐가 인류 역사상 새롭게 등장했다가 실패한 통화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수년간 비트코인을 포함한 각종 암호화폐가 많은 투자자들의 ‘사업 아이템’으로 떠오른 건 사실이지만,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본 금융 전문가는 실러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은 비트코인에 대해 “한 푼의 가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암호화폐가 마치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통화로 비춰지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암호화폐는) 전혀 새롭지 않다. 과거에도 화폐 혁신이 시도된 사례가 있었으나 이를 이루려면 그저 눈길을 끌 만한 것처럼 보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몇 가지 예를 들었다.

 

실제로 실러는 과거에도 닷컴 거품,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고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주목의 대상으로 떠오른 암호화폐는 지난 19세기부터 등장한 신종화폐와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실러는 1827년 소매상점 신시내티 타임 스토어가 시도한 시간화폐, 20세기 초반 대공황 시절 경제학자 존 피스 노턴이 제안한 전기 기반 달러가 실패한 사례를 지목했다.

 

실러는 “신종화폐의 등장은 기본적으로 혁신적인 사회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바람에 비롯된다”며, “컴퓨터 공학 외의 분야에서는 사실상 아무도 암호화폐의 개념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러한 미스테리가 암호화폐에 특별한 아우라를 만들었고, 화려해 보이는 효과를 낳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는 혁신을 이루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