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거품, 비너스 그리고 비트코인

피렌체는 르네상스를 꽃피운 곳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도 다 피렌체 태생이다. 피렌체의 우비치 미술관을 가면 ‘비너스의 탄생’을 꼭 봐야 한다. 실물크기로 여자의 나신을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으로 그린 그림으로 피렌체 르네상스의 대표작 중 하나다. 새삼 이 그림을 꺼낸 이유는 요즘 암호 화폐를 둘러싼 상황을 설명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림의 내용만 간단히 보자. 바다의 거품 속에서 태어나 조개 위에 서있는 비너스가 서풍의 신 제프 모스의 안내를 받아 해변에 도착하는 내용이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1486)

 

 

비너스는 거품에서 탄생했다.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는 자신의 아버지 우라노스를 거세한 뒤 남근을 키프로스 바닷가에 버린다. 여기서 흘러나온 정액에서 거품이 만들어지고 비너스가 탄생한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내용을 그리면서 피렌체가 이탈리아의 권력과 문화의 중심이 됐다는 내용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비너스만 거품에서 탄생한 게 아니다. 인터넷 산업도 거품에서 탄생했다. 1999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인터넷 열풍을 거품으로 규정했다. 미국의 비즈니스위크 지는 거품이 아니라 산업의 미래요 실체라고 맞섰다. 둘 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거품 속에서 무수한 기업들이 사라졌고 반면에 구글 아마존 등 세계적 기업들이 성장했다.

 

거품은 언제 생기는가? 항상 세상이 근본적으로 바뀔 때 생긴다. 인터넷 혁명이 그렇다. 미국의 철도 거품이 그랬다. 유럽 열강이 세계로 진출할 때 주식시장에 상장된 선박회사의 거품이 하늘까지 치솟았다. 없었던 것이 생길 때, 구세계와 신세계가 공존할 때, 욕망과 열정이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마찰을 일으키면서 거품이 치솟는다.

비너스가 구시대를 대표하는 우라노스의 정액에서 탄생한 것도 시사점이 크다. 하나의 생명, 아름다운 비너스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포말처럼 스러지는 거품이 필요하다. 새 시대를 어떻게 부작용 없이 질서 있게 만들 수 있겠는가. 시대가 바뀔 때, 거품이 포말처럼 일어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았다. 비너스의 탄생은 이러한 경험을 한 폭의 그림으로 보여준다. 거품을 잡기 위해 비너스를 죽일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