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가 같은 보수당 하원의원들의 사퇴 압력이 거세지자 결국 취임 45일 만인 20일 사퇴했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 앞 기자회견에서 찰스 3세 국왕에게 집권 보수당 당대표직 사임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규정상 영국 총리는 다수당 당대표가 자동으로 맡게 돼 당대표 사임은 총리직 사퇴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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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20일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가 남편이 뒤에 서 있는 가운데 관저 앞에서 총리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트러스는 보수당 당대표 경선을 총괄하는 평의원협의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과 기자회견에 앞서 1시간 동안 면담해 사임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총리는 “내주 안에 당대표 선거를 치르기로 브래디 위원장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보수당 당대표 경선은 본래 2단계로 보수당 현역 하원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인기’ 투표로 일정수 이상의 후보 추천을 받은 출마 의원들을 최종 2인으로 좁힌 뒤 한 달 이상의 일반당원 우편투표를 치러 최종 결정한다.

전임 보리스 총리는 7월5일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과 리시 수낙 재무장관 등 자신의 내각 주요 장관들이 사퇴를 주장하며 연속 사퇴하자 7월7일 사임을 발표했고 당대표 경선이 곧바로 시작되어 22일 수낙과 당시 외무장관인 트러스 의원이 최종 2인 후보로 결정되었다. 이후 한 달 보름이 넘는 유세와 당원 투표가 뒤따라 9월5일에야 2위인 트러스가 신임 당대표와 후임 총리로 결정되었다.

그 기간이 너무 길었고 359명의 보수당 하원의원들의 선택과 16만 일반 보수당 당원들의 선택에 큰 괴리가 있었다. 트러스는 인기 투표에서 5차례 중 계속 3위에 머물다가 마지막에 2위로 올라왔고 당원 우편투표에서 58%의 득표로 리시를 물리치고 총리가 되었다.

총선 같으면 인구 6800만 명의 영국 총유권자 5100만 명이 650개의 소선구로 의원을 선택하고 다수당을 결정해서 그 다수당의 당대표가 총리가 되는데 트러스는 의원이 아니라 일반 보수당 당원들 지지 덕분에 총리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내주에 있을 신임 보수당 당대표 및 후임 총리 경선은 7월10일~9월5일의 장기 경선이 아닌 초단기 경선 식으로 변칙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보수당보다 하원의원 수가 130명이나 뒤지는 제일야당 노동당은 트러스 몰락 조짐이 보이면서 2024년 12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즉시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노동당은 보수당보다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보수당은 조기 총선은 응해서는 안 되는 도전으로 보고 신속하게 후임 총리를 선정하려는 태세다. 하원의원들이 트러스 총리의 사퇴를 요구해온 것은 이대로 가면 자신의 소선거구 선거 패배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으로 야당의 조기 총선 요구를 막고 트러스가 무참하게 까먹은 보수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온건하고 경험 많은 중진을 새 총리로 선호할 수 있다.

2019년 총리 경선에서 존슨에게 패했던 제러미 헌트 현 재무장관은 장관 취임 때부터 후임 총리의사가 없다고 명확히 말했다. 리시 수낙 전재무장관, 벤 월러스 국방장관, 페리 모돈트 다수당 원내총무 및 마이클 고브 전 주택장관 등의 중진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틀 전 당원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같은당 하원의원들과 자신의 내각 장관들에게 쫓겨난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1위에 올라 있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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